[기획] 음주운전 만큼 위험한 ‘졸음운전’, 대책 미비
음주운전 비해 사망자 2배 가까이 높아 졸음운전 방지 장치 의무화 필요성↑
2024-04-21 김수현 기자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지난달 4일 저녁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에서 25톤 화물트럭이 고속도로 램프 합류 구간에 잠시 정차중인 SUV 차량을 들이 받아 운전자 1명이 사망했다. 같은 달 21일에는 올림픽대로 방화대교 부근 가드레일 공사를 위해 정차 중인 화물차에 승용차 1대가 갑자기 달려들어 작업자 1명이 세상을 떠났다.
두 사고 모두 운전자의 졸음운전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졸음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음주운전에 비해 2배가량 높지만 사회적 경각심은 낮다. 19일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9~2023년)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총 1만765건으로 하루 평균 6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기간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316명으로 사고 100건당 약 2.9명이 사망했다. 이는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 1.5명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졸음운전을 할 경우 소주 5잔을 마신 것 같은 수준으로 위험성이 음주운전 못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졸음운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2~3초 사이에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속 80km로 달렸다면 대략 60m를, 시속 100km였다면 대략 100m 이상을 운전자의 개입 없이 움직인다. 음주운전자는 위험 상황에 최소한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졸음운전은 다르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아무런 판단도 대응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사고에 노출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를 대비한 관련 정책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 및 전방주시경고등 등 졸음운전 방지 기술(하드웨어)는 갖췄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의무화 규정(소프트웨어)이 미비한 실정이다. 유럽연합(EU)는 지난 2019년 ‘차량의 일반 의무 및 기술 요구 사항’ 법령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형식 승인이 필요한 신차에 DMS를 내장하고, 2026년 하반기부터는 출고되는 모든 차량에 DMS 탑재가 의무화된다. 국내에도 DMS 관련 규정이 있지만 현재는 자율주행 레벨3 차량에만 해당된다. 일반 차량의 경우 관련 시스템 도입 규정이 요원한 상황이다. 이동현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졸음운전은 예방이 쉽지 않고 경각심도 높지 않아 관계된 규정이 적은 편"이라며 "차후 관련 기술의 실뢰성이 확보된다면 △비상제동장치 △전방추돌경고 △차선이탈방지 등과 함께 졸음운전 방지 장치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