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 챙기고 산토끼 모셔오고…유통街, ‘록인 경쟁’ 들불
멤버십 개편, 자체 소통망 운영, 앱 개편 등 모객 전략 다양 쿠팡 회비 상향에도 회원 이탈 등 후폭풍 미비 가능성 제기
2024-04-21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최근 쿠팡이 멤버십 가격 인상을 단행하자 유통업계에 ‘록인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록인 전략(Lock-in Strategy)은 고착화 효과, 자물쇠 효과 등으로도 불리며 특정 제품 또는 서비스를 선보여 소비자를 묶어 두는 것을 뜻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록인 효과를 극대화를 하기 위해 각양각색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멤버십 혜택 확대, 앱 개편, 자체 커뮤니티망 운영 활성화 등을 꾀해 충성 고객을 사로잡고 신규 고객을 창출해 기업 인지도를 높이고 실적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셈법이다. 이는 초저가로 무장한 중국 이커머스 업체 공세에 응수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보인다. 컬리는 유료멤버십 ‘컬리멤버스’ 모든 신규 가입자에게 3개월 무료 이용 특전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컬리멤버스는 컬리가 지난해 8월부터 운영하는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로 월 이용료(1900원)에 매달 2000원 적립금, 각종 무료배송, 할인 쿠폰 등을 지원하고 있다. 내달 17일까지 신규 가입하는 고객은 즉시 지급 적립금 및 쿠폰팩과 더불어 외부 제휴 혜택, 멤버스 고객만을 위한 단독 위크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을 무료 체험할 수 있다. 컬리는 지난해 5월부터 온라인 소통 커뮤니티 ‘컬리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컬리로그는 컬리의 고객들이 레시피, 푸드 스타일링, 뷰티 정보, 라이프 스타일 팁 등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2022년 12월 베타 버전을 선보인 결과, 해당 기간 동안 60만명 이상 유저가 컬리로그를 방문했고, 4000여개 이상 콘텐츠가 생성되기도 했다. 신세계그룹 온라인 계열사 G마켓은 내달 한달간 그룹 통합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클럽 신규 가입 회원의 연회비를 기존 3만원에서 4900원으로 83.7% 인하한다. 행사 기간 가입 고객은 멤버십 1년 무료 연장 혜택을 받게 된다. 이번 G마켓의 연회비 인하는 내달 7~20일 열리는 자체 프로모션 ‘빅스마일데이’를 위한 조치다. G마켓은 빅스마일데이를 앞두고 △ESM PLUS 리뉴얼 △판매자향 콘텐츠 포털 ‘파트너센터’ 오픈 △스마일배송 저온센터 오픈 등 셀러(판매자)를 위한 시스템도 연이어 론칭했다. 11번가도 SK텔레콤 연계 멤버십인 ‘우주패스 올’의 첫 달 가입비(9900원)를 1000원으로 조율했다. 멤버십 가입 시 아마존 해외직구 무료배송, 5000원 할인쿠폰 1매 지급, 매달 쇼핑 3000포인트 적립 등 혜택을 담았다. 550원을 추가 지불하면 1만450원 상당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 혜택도 경험할 수 있다. CJ올리브영은 지난 15일 모바일 앱을 대폭 개편했다. 앱 개편에서 고객 활동 이력(구매·검색·클릭)을 분석해 관심사를 추려내고 패션, 명품, 뷰티, 리빙 등 취향별 상품, 영상 등을 추천해주는 AI 초개인화 서비스를 전면에 내걸었다. 지난해 10월부턴 모바일 앱에 SNS형 커뮤니티 서비스 ‘셔터’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최근 멤버십 등급 상향 문턱을 낮추기도 했다. 실질적 체감 혜택을 넓히기 위해서다. 멤버십 등급은 △VVIP △VIP △패밀리 △프렌즈 4단계로 이전과 같으나, 승급 선정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등급별 구매 횟수 및 구매 금액 기준도 변경했다. 쿠팡은 2년 4개월 만에 유료 회원인 와우 멤버십 월 회비를 2900원에서 7890원으로 상향한 뒤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안책을 내놓고 있다. 쿠팡 와우 카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쿠팡·쿠팡이츠·쿠팡플레이 스토어 결제액 최대 4% 적립 혜택 및 기타 가맹점 결제액의 최대 1.2% 적립 혜택을 내년 10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매월 와우 카드 회원에게 롯데시네마 할인권 4종을 증정한다. 유통업계에선 쿠팡의 가격 인상으로 가입자 분산 현상이 얼마나 일어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인 앱 사용자 수는 쿠팡(3086만명), 알리익스프레스(887만명), 테무(829만명), 11번가(740만명) 등으로 집계됐다. 다만, 쿠팡이 국내 유통사 최초로 매출 30조원을 넘어서며 유통공룡으로 우뚝 선 만큼,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은 미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쿠팡 회원 중 장기 고객이 많은 비율을 차지할 뿐더러, 이들의 플랫폼 충성도 역시 높아 향후 탈퇴 규모는 적을 거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소비자 지갑 사정이 쪼그라들면서 고객 유치 경쟁이 여느 때보다 심화된 가운데, 유통업체들이 멤버십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유인책을 고안해 모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