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국가대항전 이어 연합전선 구축까지…AI 반도체 주도권 확보 총력
주요국 반도체기업 유치 경쟁…막대한 보조금 동원 기업 간 동맹 활발…脫엔비디아 진영 몸집 불려 삼성전자-네이버 AI 추론용 칩 '마하-1' 개발 등
2025-04-21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도권을 두고 국가대항전이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이해관계에 따른 연합전선 구축도 활발히 진행되면서 AI 반도체 경쟁이 최고조에 달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은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붓는 국가대항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자국 내 기업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미 행정부는 반도체법을 통해 자국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직접 보조금으로 390억달러를 책정했다. 일본 정부는 대만 TSMC의 구마모토 공장 투자액의 40%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아울러 일본은 첨단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해 올해부터 4년에 걸쳐 대학 이공계 정원 1만 1000명을 증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주요 업체 간 동맹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텔과 네이버는 최근 자체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이를 위해 양사는 'AI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한다. 탈(脫) 엔비디아를 실현하려는 인텔과 AI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네이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현재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공동 연구를 통해 향후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특화된 AI 개발 플랫폼 '쿠다'를 벗어나 인텔 '가우디' 칩 기반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네이버 AI 서비스를 연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네이버와 협력해 AI 추론용 칩 '마하-1'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가 칩 디자인과 생산을 맡고 네이버는 핵심 소프트웨어 설계를 담당하는 식이다. 양사는 마하-1 개발에 반도체 엔지니어 40여 명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마하-1은 데이터 병목 현상을 8분의 1로 줄이고 전력 효율을 8배 높였다. 학습·추론을 담당하는 엔비디아 GPU를 보완할 수 있는 제품이란 평가다. 삼성전자는 마하-1에 이어 마하-2를 연이어 개발하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 사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 "일부 고객은 1T 파라미터(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료가 처리되도록 명령어를 입력할 때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수치 정보) 이상의 큰 애플리케이션에 마하를 쓰고 싶어 한다"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마하-2 개발이 필요한 이유가 생겼다"고 썼다. 최근 엔비디아 쿠다를 겨냥한 연합군도 덩치가 커지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과 퀄컴, 구글이 반(反) 엔비디아 전선을 형성하며 AI 앱 개발을 위한 오픈 소프트웨어 구축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이 주축이 돼 지난해 9월 설립한 컨소시엄 'UXL 재단'은 쿠다에 대항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구축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반도체 등 하드웨어에 상관없이 다양한 AI 반도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구축을 목표로 한다. 상반기 중 소프트웨어 기술 사양을 확정 짓고 연말께 기술적 세부 사항을 '성숙한 상태'에 올려놓는다는 게 UXL의 구상이다. 또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딩 컴퓨팅 기업과 다른 칩 제조업체의 참여도 요청, 저변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아마존은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잇단 투자를 단행하며 전략적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지난해 9월 12억5000만달러, 지난달 27억5000만달러 등을 더해 총 40억달러 수준이다. CNBC 등 외신은 해당 투자에 대해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아마존 30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부 투자"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