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관례 깨고 법사위·운영위 정조준···與 "의회 독재" 반발
정부 견제 강화 차원···'역풍' 가능성은 부담 與 "21대 전반기 국회 폐해 반복···오만·독선"
2024-04-21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4·10 총선에서 175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관례를 깨고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독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압도적 1당'이 되었으니 주요 상임위 운영 권한을 갖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의회 독재"라며 민주당이 4년 전과 같은 '오만'을 반복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원내 제1당에서 국회의장을 배출하는 대신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을 맡는 통상적 관례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현재와 같은 상임위 구조라면 법사위원장을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맡는 게 맞고, 아울러서 운영위 역시 다수당이 책임지는 게 맞다"며 "민의에 따라 국회 운영도 다수당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도 지난 18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법사위뿐만 아니라 중요한 상임위들을 좀 더 갖고 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의원들이 많다"며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의원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에서 검토한 모든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기 전 최종 심사하는 곳이다. 법사위원장은 소속 정당의 입장에서 입법 과정의 속도를 낼 수도, 반대로 지연시킬 수도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특검법 등 수많은 법안을 단독으로 밀어붙인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임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내지 못한 이유는 법사위원장이 여당 소속 김도읍 위원장이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비서실, 국가안보실, 경호처 소관에 속하는 사항을 담당하는 운영위를 민주당에서 노리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실과 관련한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운영위를 소집해 현안 질의 등을 요구했지만 여당 소속 윤재옥 위원장의 비협조에 번번이 가로막힌 바 있다. 다음 국회에서 정부에 대한 견제 강화를 꾀하는 민주당 입장에선 두 상임위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법사위·운영위 독식에 따른 '독선' 비판은 민주당으로선 부담이다. 정부·여당과 거대 야당의 대치 국면에서 두 상임위는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히는데, 하나씩 나눠 가지는 것도 아닌 독점할 경우 그에 따른 후폭풍도 민주당이 오롯이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4년 전 총선에서 180석을 얻었던 민주당은 당시에도 법사위원장 몫을 고집했다. 결국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협상 포기' 속 21대 전반기 국회 17개 상임위원장직 전체를 전부 독식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에는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라는 비판을 자초한 계기로 작용했다. 민주당이 22대 국회의 법사위와 운영위를 모두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민의힘은 "의회 독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이날 <매일일보> 통화에서 "4년 전에 민주당이 그렇게 해서 (민주당이 상임위를 독식한 채) 2년을 해봤는데 결국 여야 관계가 경색되고 국회가 제대로 안 굴러간 폐해가 있었다"며 "그것을 반복하겠다는 건 '오만과 독선'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도 지난 17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초선 오찬 등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가 협치하고 의회 정치를 복원하는 데 있어서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야당이 차지하겠다는 것은 폭주하겠다는 것"이라며 "국회를 또 독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야권 정치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을 향해 "총선 민심에 그렇게 상임위 다 가져오라고 쓰여 있었나"라고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