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플랫폼법, 새 국회서 급물살탈까
여야 플랫폼 규제 한목소리 이해관계자 사이 의견 분분
2025-04-22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4.10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가운데, 소강상태였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여야가 이구동성으로 플랫폼법 제정 추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인 데다 특히 민주당은 플랫폼 독과점을 제한하기 위한 규제 입법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으며 의지를 불태운 상황이다. 다만, 오는 5월말 임기가 종료되는 21대 국회에서 법안 추진은 사실상 어려워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다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플랫폼법과 관련한 관계자 의견을 청취하며 법안의 세부 사항을 검토 중이다. 윤석열 정부의 플랫폼법 입법 계획은 지난해말 처음 발표됐다. 당시 공정위는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독점력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하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플랫폼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 법 제정을 놓고 사전 규제라며 맹반발하자 공정위는 당초 계획한 정부안 발표를 연기하고 추가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특히, 법안의 핵심으로 꼽히는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 제도에 대해 원점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나고 역대 최대 격차라는 여소야대 새 국면에 접어들면서 플랫폼 규제 논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플랫폼 규제 목소리는 야당에서 더욱 크게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정책공약집을 통해 “기울어진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바로잡겠다”며 시장 규율 입법 제정 의지를 내비쳤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플랫폼 법안도 이미 여럿 존재한다. 독과점 플랫폼에 대한 강한 규제 입법을 피력해왔던 김남근 변호사의 국회 입성도 괄목할 만한 부분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한 김 당선인은 올초 민주당 인재영입 10호로 발탁됐다. 일각에선 1호 민생법안으로 갑을관계 규율을 비롯한 플랫폼법을 낼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다만 정부여당은 갑을관계 규율은 자율 규제에 따라야 한다는 판단으로 입법 과정 중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업계 우려 등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점도 당면과제로 남아있다. 플랫폼법 추진을 두고 소비자단체, 소상공인업계, 벤처·스타트업계 등 이해관계자 사이 의견도 분분하다. 녹색소비자연대 등 10여개 소비자단체로 이뤄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1월 플랫폼법 제정을 환영하는 입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2월 플랫폼법을 재타진한다는 공정위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소상공인업계도 플랫폼 독과점 피해가 막대한 만큼, 플랫폼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2월 소상공인 5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도 응답자 84.3%가 플랫폼법 제정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반면, 벤처·스타트업계는 플랫폼법 추진과 관련해 온라인 시장이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벤처기업협회가 지난달 공개한 ‘플랫폼법 제정에 대한 벤처기업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230개 기업의 68.7%가 플랫폼법 제정에 회의적 견해를 보였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은 “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플랫폼법이 제정되면 대한민국 플랫폼 산업 및 플랫폼 기업의 혁신이 위축돼 벤처·스타트업은 성장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정치권이 앞으로 해외 플랫폼과의 역차별을 어떤 방식으로 해소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국내 플랫폼 업체들은 국내법에 적용받지만, ‘알테쉬’로 불리는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플랫폼은 규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중국 플랫폼의 경우, 현지 제품 집매입 방식으로 중간 유통과정을 최소화해 가격 경쟁력에서 차별화를 달리할 뿐더러 KC인증 의무 면제, 통과세 미적용 혜택까지 받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경쟁력을 높이면서 해외 플랫폼과 겨뤄야 하는 형국인데, 앞으로 플랫폼법 제정으로 공정한 경쟁 토양이 마련되면 좋겠지만, 기업 운영에 날개를 달기 보다는 족쇄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상 범위 등 법안에 어떤 내용이 채워지고 어떻게 적용될지 업계에서도 예의주시하는 거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