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신문고]SAF 사활 거는 정유업계…정부 지원은 '제로'
정유 4사, SAF 개발 위해 기술력 '총동원' 업계 "국가적 차원에서도 SAF는 필수 사업"
2024-04-22 박지성 기자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지속가능항공유(SAF)가 정유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업체간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는 실정이다. 관련 업체들은 정부도 SAF 활성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지적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업체들은 SAF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서로 다른 전략으로 SAF 개발에 나서며 신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AF는 폐식용유와 생활폐기물 등을 원료로 만든 친환경 항공유로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항공유와 비교해 최대 80%까지 탄소배출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기 위해선 SAF를 국가적 차원에서도 필수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정유사들은 SAF 개발을 위해 적극 투자하고 있음지만 정부는 오히려 이를 쉬쉬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정유사가 SAF를 생산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설비 투자 지원책을 마련 후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말이나 하반기 초에 관련 방안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따라서 정유업계는 정부의 도움 없이 나홀로 SAF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말 SAF 생산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오는 2026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SAF의 재료가 되는 폐식용유 등 원료 확보를 위해 중국과 한국, 미국 업체들에 지분 투자를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SAF를 사용한 항공기 운항실증에 적극 나섰다. GS칼텍스는 핀란드 네스테로부터 SAF를 공급받아 지난 2023년 9월부터 11월까지 대한항공과 여섯 차례 SAF 실증운항을 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10월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 26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 원료 정제 시설을 건설하기로 했다. 에쓰오일은 지난 4일 국내 정유사 최초로 국제항공 분야에서 SAF 생산을 공식 인증하는 '탄소 상쇄 및 감축제도(ISCC CORSIA) 인증을 받으며, 공식적으로 SAF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6년을 목표로 대산공장 내 일부 설비를 수소화식물성오일(HVO) 설비로 전환해 바이오항공유 생산을 계획 중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넷제로' 달성을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SAF의 의무 사용은 확대되는 중이어서 정유사들과 더불어 항공사들에게 SAF 개발과 사용이 필수적이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회원국 27개국 전역 공항에서 항공기에 기존 항공유에 SAF 2% 혼합을 의무화했으며 오는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비중을 지속 확장시킬 계획이다. 미국은 SAF 사용 확대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연간 최소 30억갤런 이상을 생산할 목표를 세웠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자국에서 SAF를 생산 및 판매, 사용하면 탄소 감축 규모에 따라 갤런당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혜택 제공을 통해 2050년 SAF 100% 사용을 목표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는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아직도 관련 제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SAF를 생산할 수 있게 관련 지원 정책과 함께 국내에서도 항공기들이 어느 정도 SAF를 필수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SAF는 국가 개발 중 하나다.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보조금 등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며 "SAF가 새로운 기술이다 보니 기업과 정부가 함께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AF 개발에 대한 완전한 제도가 없으니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