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협치 전환점 될까…총리 인선이 '관건'
야당과 후임 총리 인선 논의…尹 진정성 '가늠자' '박영선 총리 검토설' 두고 이재명 "협치 빙자 협공" '친윤' 정진석 비서실장 임명 변수…"협치 어불성설"
2024-04-22 조현정 기자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정국을 가를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192석을 야권에 내준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 없이는 국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장 후임 국무총리 인선에 있어 야당과의 공감대 형성이 협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회담의 구체적인 시기와 의제 등을 조율한다. 최우선 의제로는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등을 포함한 민생 회복 방안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재 물색 중인 후임 총리 후보 논의가 윤 대통령의 협치 의지에 대한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국정 운영에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여야 모두 수긍할 수 있는 '통합형 총리'에 관한 의견을 구하고 이 대표가 이에 응답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앞서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친문계(친문재인계)인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의 총리 검토설을 놓고 한 차례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한 답은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야권 인사의 총리 검토설을 흘린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협치를 빙자한 협공"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박 전 장관을 포함한 '거국 내각형', '통합형' 총리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이 대표와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협치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총선에서 민의로 확인된 '소통 부족'과 '독단적'이라는 비판을 받아들이고 야당을 주요 국정 동반자로 삼겠다는 전향적인 변화를 보이는 만큼 조기 레임덕 위기에서 분위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선 이번 회담에서 후임 총리 인사 문제 논의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통령이 상의를 하면 의제 내용이 되겠지만 민주당이 인사권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며 "국회에서 비준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역량과 정치적 중립성, 도덕성 문제들을 확인하고 발표해야 된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아직 인사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대통령 입장에서 쉽게 인사 문제를 말씀하시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수회담 직전에 후임 대통령실 비서실장으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임명한 것도 협치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비서실장은 대통령 참모 인사이기는 하지만 후임 비서실장을 두고 야권의 반발이 거셀 경우 총리 인선은 물론 협치판 자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 당장 민주당은 정 의원 비서실장 임명에 대해 "국민 통합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친윤 핵심 인사로 국정 전환과 여야 협치를 이루겠다는 말인가"라며 "정 비서실장은 친윤 핵심 인사로 그동안 국민의힘이 용산 대통령실의 거수기로 전락하도록 만든 장본인의 한 사람이다. 친윤계를 빼고는 쓸 인물이 없나"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런 인물을 대통령실 비서실장으로 세우고서 국정 전환과 여야 협치에 나서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