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계 전반에 감도는 위기감...대응책 마련 분주
경영 불확싱성 고조에 그룹 임원들 바짝 긴장…주말근무 확대 삼성 GPA실, SK아메리카스, 현대차 GPO 등 대관조직도 분주 비상경영 확산 속 과감한 투자, 인재 확보 속도…위기돌파 진력
2025-04-22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재계가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위기 대응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속에서 미중 갈등과 중동 전운에 따른 공급망 불안, 친기업 정책 제동 우려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이 대내외 경영 불안 요소가 속출하면서 위기 극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성, SK 등 재계 1, 2위 그룹을 중심으로 임원 주말 출근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조직 내 경각심을 높이려는 취지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의 실적 악화로 개발 및 지원 부서 임원을 중심으로 주 6일 근무를 시행해 왔다. 이를 이달 중순부터 전 계열사 임원으로 확대 시행하되 부하 직원의 동반 출근은 엄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했지만 최근 중동 전쟁 등으로 환율, 유가가 치솟자 위기 극복 동참에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풀이된다. 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률에 대한 불만으로 최근 창사 이래 쟁의 행위에 나서는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SK그룹도 지난 2000년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이후 24년 만에 그룹 경영진이 참석하는 토요일 회의를 부활시켰다. SK그룹은 지난 2월부터 격주 토요일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주재하는 핵심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열고 있다. 기강 해이를 다잡기 위해 임원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최 의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업계에선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LG화학첨단소재사업부도 이달 생산기술직 근속 5년 이상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앞서 희망퇴직과 인력 전환을 단행했지만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롯데케미칼도 울산 공장의 일부 직원을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기업들은 비상 경영을 확대하는 가운데 과감한 투자와 인재 영입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과감한 투자로 이목을 끈다. 실제 지난해 반도체(DS)부문에서만 48조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했다. 반도체 사업에서만 14조원 이상의 기록적인 적자를 냈음에도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일 인디애나 북서부 교육도시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입해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현지 퍼듀대와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현지 고급 인력 육성·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LG그룹은 지난달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그룹 차원에서 오는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약 100조원을 국내에 투입할 계획임을 알렸다. 이는 LG그룹 글로벌 투자액의 65%에 해당한다.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 부문의 미래 기술과 배터리, 자동차 부품,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에 국내 투자금액의 50%를 투자,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재계는 대관 역량 강화에도 분주하다. 미국발 '폴리코노미(경제의 정치화)' 우려가 심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미 투자에 적극 행보를 보인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주요 기업은 민주, 공화 두 진영 아우르는 통합 전략으로 어떤 대통령이 당선되든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SK그룹은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현지 대관을 통합한 'SK아메리카스'을 신설하고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SK아메리카스는 대외협력 총괄 콘트롤타워로, 반도체와 배터리, 에너지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대응력 제고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말 인사에서 GPA(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 수장인 김원경 사장을 승진시키며 조직을 '팀'급에서 '실'급으로 격상했다. GPA는 삼성전자 해외 법인 관리와 현지 정부, 정치권, 재계 등과 소통·협력 기능을 포괄하는 조직이다. 현대차그룹도 해외 대관 조직인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 급으로 격상하고 고급 인력 충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성 김 전 주한미국대사,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을 각각 자문역과 전무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