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만원 돌파 현실화…업종·규모별 ‘차등적용’ 두고 대립 확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본격화…돌봄 인력 두고 대립 심화 사용자·노동자, 각각 근로시간과 실질임금으로 갈등 확대
2025-04-23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1만원 돌파가 유력시 점쳐지는 가운데, 업종·규모별 차등적용을 둘러싼 신경전은 더욱 매서울 전망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5년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내달 중으로 열릴 예정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9860원으로 전년(9620원)보다 240원(2.5%) 올랐다. 내년 최저임금은 1만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용자와 노동자의 대립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한 가운데, 업종·규모별 차등적용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했다. 최임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노동자·사용자·공익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임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이후 공식 절차에 돌입한다. 올해 최임위는 예년보다 더욱 강한 대립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노동자와 사용자 측의 실질적 협상은 없다고 볼 수 있는 만큼, 공익위원들의 표결로 최저임금이 설정됐다. 정부와 유사한 성향의 공익위원들이 추천될 경우, 노동계의 반발이 확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노동계는 공익위원 간사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첫 회의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신경전은 각종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용자 측은 노동시간 감소와 임금의 상관관계를 기반으로 조사를 내놨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3년 사업체 임금인상 특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상용 근로자의 실제 노동 시간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반면, 임금 총액 기준 임금 인상률은 이를 반영하지 않아 실질적인 임금 인상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임금총액을 연간 소정실근로시간(초과근로 제외)으로 나눈 ‘시간당 임금’은 작년 2만5604원으로, 전년(2만4715원) 대비 3.6% 늘었다. 작년 연임금총액 인상률(2.8%)을 상회하며, 작년 물가상승률(3.6%)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2011년과 2023년 사이 누적 물가상승률은 24.2%이다. 하지만 임금 인상률은 연임금총액 50.1%, 시간당 임금 65.3%로 각각 물가상승률의 2.1배, 2.7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실질임금을 내세우고 있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금총액 증가율에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뺀 실질임금 증가율은 2022년(-0.2%)에 이어 지난해(-1.1%)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실질임금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는 명절 상여금 이동(1월→2월) 효과로 1월 명목임금이 8.6% 줄어 실질임금 감소폭이 일시적으로 확대됐다. 양 측의 의견이 대립하는 만큼, 차등적용도 화두가 될 전망이다. 업종·규모별 최저임금 지급능력에 맞춰 설정 범위도 나눠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의 최전선에 위치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지불 가능한 수준에서의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최저임금이 실제 차등 적용된 사례는 1988년뿐이다. 가장 화두가 될 업종은 돌봄 분야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돌봄 서비스의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외국인 가사 서비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경우 비용 부담이 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양대 노총은 내달부터 새로 구성되는 최임위에 돌봄 업종 인사를 추천했다. 현재 최임위원들이 임기는 5월 13일까지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각각 근로자위원 2명을 '돌봄 노동자'로 전진 배치했다. 한국은행의 보고서 등으로 부상한 돌봄 업종 차등적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분석된다. 최임위의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저임금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기사용료와 임대료 등 각종 비용이 고르게 오르면서, 임금까지 오르면 버틸 수 없다는 설명이다.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에 맞춰 최저임금이 오르는 상황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소상공인들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인상에는 반대한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도 국민이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매년 묵살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자정작용으로 가는 단계’라고 주장하지만, 소상공인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의 민생토론회 행보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선 돌봄인력 차등적용 사안은 민생토론회에서 등장한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민생토론회 점검회의에서 유학생이나 결혼이민자 등 외국인력이 최저임금 미만의 가사·돌봄 노동자로 일하도록 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민생토론회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 관련 주장도 더욱 많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