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에 해외투자 늘린 K-배터리 '비상'
원·달러 환율 올해만 7% 상승…배터리 업계, 외화부채 많아 오를수록 손실
2025-04-30 서영준 기자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가 하반기 반등을 노리며 단행한 대규모 해외 투자가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배터리 판매가 저조한 상황에서 불어난 외화부채가 고환율과 맞물려 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30일 오전 11시 기준 1376.1원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7%대 치솟았다. 1월(1325.67원·이하 평균)과 2월(1331.37원), 3월(1331.63원)까지 오름세를 이어 온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중동 리스크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물가 불안이 맞물리며 1400원을 목전에 둔 상황이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웃도는 상승폭이다. 환율이 급등하자 배터리 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환율 상승은 해외 판매 비중이 큰 배터리 업계에 호재였지만, 전기차 수요가 둔화함에 따라 배터리 판매가 감소하고 해외 투자 규모가 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달러 부채는 지난해 말 4조2179억원에 이른다. 회사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과 원·유로 환율이 각각 10% 뛰면 순이익은 각각 257억원, 3908억원 감소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환 위험 관리를 위한 별도의 전담 부서를 운용, 통화선도계약과 통화스왑계약을 각각 체결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수백억원대 수준이라 고환율에 대응하긴 역부족이란 평가다. 해외 투자를 빠르게 늘려온 SK온은 배터리 3사 중 부채가 가장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SK온은 환율이 5% 오르면 221억원의 법인세차감전순손실이 예상됐다. 지난해 SK온의 설비투자액은 6조7869억 원에 달한다. 외화 부채 규모도 덩달아 뛰었다. 작년 외화 부채 규모는 3조4726억원으로, 제작년 2조3111억원 보다 1조1615억원 증가했다. 반면 배터리 3사 중 투자에 가장 보수적이었던 삼성SDI는 환율이 오르면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는 환율이 5% 상승하면 약 12억원의 세후이익이 기대된다. 전년 대비 외화 부채를 큰 규모로 줄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SDI의 달러 표시 부채는 2022년 5조795억원에서 지난해 말 4조4312억원으로, 유로 부채는 2235억 원에서 648억 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올해 들어 배터리 3사 모두 해외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고환율이 지속될수록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삼성SDI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 4조3000억원 보다 대폭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SDI는 미국에 배터리 단독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또 스텔란티스, GM과 총 3개의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일 미국 애리조나주에 총 7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원통형·에너지저장장치(ESS) 전용 배터리 생산 공장을 착공했다고 밝혔다. 미시간 공장에 이은 LG에너지솔루션의 두번째 북미 단독 공장이다. 총 생산능력은 53기가와트시(GWh)로, 2026년 가동이 목표다. GM과의 합작 2공장도 이달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SK온은 상반기 중국과 헝가리 신규 공장 가동을 시작한다. 포드, 현대차그룹과 북미에서 각각 짓고 있는 합작 공장 3곳도 내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SK온을 자회사로 둔 SK이노베이션의 S&P 신용 등급은 회사가 분할 설립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투기 등급(BB+)으로 강등될 만큼 당장 현금이 돌지 않는 상태다. S&P는 막대한 투자 부담과 이로 인한 재무 구조 악화를 신용등급 강등 사유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