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꼬인 영수회담…첫 준비회동서 일정 확정 못해
회담 의제 협의 실무 회동 무산됐다 재개…'기 싸움' 민생·국정 현안 가감 없이 의제로 삼기로 논의 조국 '범야권 연석회의' 제안…"더 큰 힘 실릴 것"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의제 협의를 위한 실무 회동이 무산됐다 재개되는 등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양측은 민생과 국정 현안을 논의하자는 데 공감대는 형성했지만, 구체적인 회담 일정은 확정하지 못했다.
사실상 이번 주중 영수회담 성사 가능성이 희박해진 가운데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은 물론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김건희 특검법까지 회담 의제로 올려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
권혁기 민주당 대표실 정무기획실장은 23일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 오후 1시 58분에 국회에서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만나서 준비회동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은 40여 분간 진행됐다.
권 실장은 "시급한 민생 문제를 해결할 정책과 중요한 국정 현안을 가감 없이 본회담의 의제로 삼자고 논의했다"며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회담 일정은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2차 준비 회동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가운데 양측은 각자 준비 상황을 점검한 후에 다시 열기로 했다.
앞서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회동을 제안하면서 양측은 22일 의제 협상을 위한 만남을 갖기로 했다. 하지만 당일 갑자기 윤 대통령이 후임 비서실장에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과 정무수석에 홍철호 전 의원을 임명하고 협상 3시간여 전에 일방적으로 일정을 취소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석 교체 예정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지만, 회담에 올릴 의제를 주고받으며 공통 분모를 찾는 탐색전이 시작하기도 전에 스텝이 꼬인 셈이다.
민주당은 "총선 민심을 받드는 중요한 회담을 준비하는 회동인데 준비 회동을 미숙하게 처리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은 물론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에 '김건희 특검법'까지 줄줄이 의제로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총선 후 정국 주도권이 사실상 민주당에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받기 어려운 의제까지 모두 던지면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채상병 특검법은 국민 다수가 찬성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통 크게 받아들이는 게 대통령과 국민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이 대표가 (먼저) 말하겠나"라면서도 "다만 국민의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신이 있다면 털고 넘어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 정도는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민심을 받드는 가장 책임 있는 자세는 총리나 비서실장을 바꾸는 게 아니라 오만과 독선으로 국정을 운영해 온 자신을 바꾸는 것"이라며 "채상병 특검법을 지체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대통령과 여당이 채상병 특검법의 국회 통과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이번 총선의 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며 "나아가서 더 큰 국민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건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조국혁신당은 아예 범야권 전체의 총의를 모아 이 대표가 영수회담에 나서야 한다며 판 자체를 키우고 나섰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전날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전북총선승리보고대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범야권 대표 연석회의'를 만들어 주도해 달라"며 "윤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대통령실과 야권 대표들의 총의를 모을 수 있는 범야권 대표 연석회의가 열린다면 더 큰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범야권 대표로 윤 대통령을 만나면 민주당은 175석이 아닌, 범야권 192석을 대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