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기차 화재' 책임 회피…걱정은 소비자 몫
전기차 화재 3년새 약 3배 증가 화재 원인 분석보다 예방에 초점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잇따라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명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는데다 자동차 제조사, 배터리 회사, 충전기 회사 등 관련된 업체들은 모두 화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분위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수가 해년마다 증가하면서 화재사고도 늘고 있다. 최근 3년간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가 집계한 전기차 화재는 2021년 24건에서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증가 추세다. 이 기간 전기차 화재의 약 절반은 운행 중에 발생했다. 이어 주차 중 발생한 화재는 25.9%, 충전 중 18.7%, 정차 중 3.6% 등의 순이다.
이처럼 전기차 화재가 매년 증가하고있어 소비자들의 불안은 계속해서 증폭되고 있다. 실제 각종 커뮤니티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가 무서워 구매 의사는 없다", "아직 전기차 구매는 이르다", "화재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 필수"라는 평이 대다수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전기차와 관련된 회사들이 화재 원인 규명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관련 회사들은 이를 회피하는 등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화재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찾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전기차가 불에 붙어 모두 전소된다면 더욱 원인을 분석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화재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으면서 화재 예방의 초점은 화재 발생 초기 대응으로 맞춰지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와 지자체는 주자창에 소화 시설을 강화하며 화재 예방에 힘을 주고 있다. 건설사들도 '건물용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정부·학계와 전기차 화재 대응에 발벗고 나선 모습이다. 최근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한국자동차공학회 및 연구에 참여하는 5개 대학과 함께 '전기차 화재 대응 소방 기술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기차 화재의 빠른 감지와 대응 능력 향상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원천 기술 개발, 현장 적용 기술 개발, 제도화 방안 연구 등 전방위적인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는 주차·충전 중에 배터리 결함과 과충전, 외부 충격으로 인한 기계적 결함 등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충전 중 화재는 리튬이온배터리가 과충전으로 인한 열폭주 현상으로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800℃ 치솟아 진화 작업도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 인화물질 등을 차에 두지 않고, 충전 완료 시 충전기를 곧바로 빼고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