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결국 선거용이었나”… 총선공약 인구전담부처 신설 ‘잠잠’
여야, 인구전담부처 설치 공약 구체적 계획 거의 없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위도 유명무실 …방향성 놓고 이견
2025-04-24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4·10 총선 직전 정치권을 중심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인구 전담 부처 설치론이 부상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방향성도 잡히지 못한 상황이다.
당초 인구 전담 부처 설치론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인구정책 콘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제기됐으나, 전문가들은 막상 전담 부처를 신설해도 발생할 수 있는 업무 중복 등을 막기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24일 정부 등에 따르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내놓은 인구전담부처 신설은 진통을 겪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국민의힘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저출생 정책을 부총리급 인구부로 통합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 흡수 등을 통해 현재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강화하는 형태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 부처 신설의 경우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도 총선공약으로 인구위기대응부 신설을 밝혔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정당 정책을 보면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전담하는 부처인 인구위기대응부를 신설하고, 종합적인 저출산 대책 수립과 체계적 추진 체계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만 구체적인 청사진은 제시되지 못한 상태다. 더구나 민주당의 경우 여성가족부 폐지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인구전담부처 영역을 놓고도 여야간 이견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방향성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가 모두 저출산 문제를 총괄하고 집행하기 위한 인구전담부처 신설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역할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위는 2005년 정부 협의체 형태로 출범했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장관급인 부위원장이 조직을 운영한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주요 부처 장관도 참여한다. 구성은 화려하지만 예산 및 정책 관련 권한이 없었다. 이곳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각 부처에 전달하거나,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는 수준이었다. 다른 부처에서 파견 온 공무원으로 조직이 구성됐다는 한계도 있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위를 구성해 5년 단위로 관련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첫 해 예산은 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는 40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5년 동안 저출산 대응에 투입된 예산은 무려 22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작년까지 5년 연속 출생아 수는 감소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인구감소 시대, 인구 전담 부처 설치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인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책적 책임성을 담보하고 유기적인 정책 추진 체계를 구성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인구 문제의 특성을 바탕으로 기존 추진 체계의 한계가 무엇인지 전면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여러 제안 중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인구전담부처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부영그룹 등 사기업에서 나타난 ‘출산·양육지원금 1억원 지원’ 방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듣고 있다. 권익위는 '국민생각함'을 통해 “재정 투입에도 저출산이 계속된 것은 그간 저출산 대책이 유사사업 중첩·중복 내지 시설 건립·관리비 등 간접지원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가 목돈을 직접 지원하는 형식 위주의 저출산 대책 전환 검토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국민생각함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는 플랫폼으로, 제도개선이나 제안을 하기 위한 아이디어 제공 차원이지, 정책화 단계는 아니”라고 일축했다. 결국 설립 의도가 무색하게 각 부처의 정책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고, 부처 간은 물론 중앙과 지방 사이를 연계하는 역량도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인구정책 사업은 여러 부처가 나눠 관리하고 있어 유사·중복 문제가 발생하는 등 예산의 효율적 관리가 어렵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인구정책의 전략적 예산배분을 통해 관련 사업을 효율적·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특별회계 신설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저출산·고령화의 인구변동 특성을 반영한 장기적 시각에서의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