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일본은 그 어느 것 하나 변한 것이 없다

2025-04-25     매일일보
원동인
위안부, 강제징용, 독도 등에 대해 일본은 그 어느 것 하나 변한 것이 없다. 오히려 1980년대부터 이어지고 있는 역사 왜곡, 초중고 역사왜곡 교과서의 검정 통과를 보면서 변함없는 그들의 마음이 보였다. 지난 19일 일본 중학교 역사 교과서가 일본 정부 검정을 통과 했다. 일제강점기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었으며 일제의 한반도 식민 지배가 근대화로 이어졌다는 우익 사관에 기초해 쓴 일본 중학교 역사 교과서가 일본 정부 검정을 통과했다는 여러 보도가 있었다. 이로써 우익 사관을 담은 일본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10종 중 4종으로 증가했다. 직전 교과서 검정인 2020년 당시 7종 중 1종이던 우익 사관 역사 교과서는 지난달 검정에 합격한 이쿠호샤, 지유샤에 이어 이날 레이와서적이 펴낸 2종이 더해졌다. 레이와서적 역사 교과서는 "일본군이 조선 여성을 강제 연행했다는 사실은 없고 그녀들은 보수를 받고 일했다"며 일본군이 위안부를 종군기자나 종군간호사처럼 '종군'시켰을 뿐 전장에 억지로 데려가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 교과서에는 한국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제강점기 배상 청구를 포기했지만, 위안부 문제로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 실렸다. 일제 통치가 조선 근대화로 이어졌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이 투영되기도 했다. 교과서는 일본의 한국 병합에 대해 "조선총독부는 토지 조사를 행하고 철도, 댐, 상하수도, 병원, 전화, 우편 등 사회 기반을 정비해 갔다"며 "일본이 한반도에 부설한 철도는 5000㎞에 이른다"고 했다. 또 일본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지출해 조선이 근대화에 착수할 수 있었고, 학교에서는 일본어와 함께 한글도 가르쳤다고 기술했다. 이와는 반대로 3·1운동은 매우 간략하게 서술했고,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일한 조선인과 대만인 징용 노동자에 대해서는 "임금이 지급됐다"며 차별 대우가 없었다는 식으로 적었다. 독도가 일본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교과서는 "일본 점령이 해제되자 한국은 이승만 라인을 일방적으로 선언해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를 점거했다"며 "역사상 조선왕조가 다케시마를 영유한 사실은 없다"고 기술했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역사 왜곡 교과서를 보면 일본인의 꼼꼼함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긴 시간을 들여 변함없이 역사왜곡의 길을 가고 있다. 꾸준히 가고 있다. 한일 관계 개선, 서두르지 말자. 서두른다고 반 컵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