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범죄 사건에 대응하려면…“진술의 일관성 중요”
2025-05-01 오시온 법무법인 오현 변호사
매일일보 | “너무 억울해요”.“기가 찹니다” 성범죄 피의자를 면담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합의 하에 분위기가 형성돼 성행위를 했으나 갑자기 고소를 당했다는 것이다. 이는 성범죄 피해자를 대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가해자가 적극적인 피해자의 협조 하의 행위가 이루어졌음을 주장하는 탓에 성적 수치심과 무죄 선고의 불안 등으로 정신적 고통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각자 상대방이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하나, 상대방의 진술을 확인하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비교적 구체적이고 매우 상식적인 경우도 많다. 당시 상황의 녹음 등 객관적 물적 증거가 있다면 꽤 명확할 수 있겠지만, 성범죄의 경우 당사자 간 은밀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뚜렷한 증거가 없기에 CCTV 등의 정황 증거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객관적 물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죄의 여부를 따져볼 수 있는 것은 당사자의 진술이다. 즉 피의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상반될 때, 진술에 반하는 객관적인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누구의 진술을 믿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이는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된다. 물론 형사법 대원칙인 무죄추정원칙, 증거재판주의에 따라 죄의 입증이 없이는 무죄가 선고되어야 함이 타당하지만, 피해자의 신빙성 있는 진술 자체가 죄를 입증할 만한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피해자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판례의 기조에 따라, 피의자가 무턱대고 범죄를 부인했다가는 구속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혐의를 인정하며 불확실한 합의를 시작하기에는 억울함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위 판례를 바꿔 말하면 진술에 합리성이 없거나 모순점이 있다면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일방의 진술이 신뢰를 잃는다면 상대방의 진술에 힘이 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피해자로서도 감정에 치우쳐 과장된 진술을 한 이후 번복한다면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입장에 따라 생각을 바꾸고 설득력 있는 근거로 이를 관철하는 일이 책무다. 따라서 당사자 간 진술이 상반되는 이러한 성범죄 사건을 대할 때 여러 사정 중 의뢰인에게 유리한 주장을 강조하고, 불리한 사정에 대하여는 불가피하게 왜 그런 사정이 있어야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의뢰인의 진술에 어폐가 있다면 자신이 느끼는 의문을 수사관도 똑같이 느끼리라 생각하기에 이를 경험칙에 맞추어 매끄럽게 주장한다. 성범죄 사건의 특성상 진술의 신빙성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결백을 장담하며 준비 없이 대응했다가는 억울하게 사건이 흘러갈 수 있다. 결국 수사 초기부터 일관되고 합리적인 진술 및 대응으로 적절하고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는 뜻이다. 이렇기에 성범죄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법률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하며, 국가 및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각종 무료 법률지원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