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인터뷰] 김충희 워커스하이 대표 "맞춤 큐레이팅…제조사·소비자 거리 단축"
오프래시, 제조사와 소비자 직접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 소비자 구매 패턴으로 상품 큐레이팅…디자인도 공간 맞춤 소비자-제조사 연결로 구매 거리·시간 단축…수출도 시작
2025-04-28 오시내 기자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온라인 구매가 일상화되면서 이커머스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제조사들이 직영 온라인몰을 론칭해 소비자와의 연결 강화에 나섰다. 특히 온라인 거래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데이터로 구축된다는 점에서 제조사들에게 놓쳐선 안 되는 존재다.
반면, 온라인 거래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제조사가 직영몰 운영에서 애로를 겪는다. 이미 높은 점유율을 보유한 거대 이커머스 기업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워커스하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온라인몰을 넘어선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면밀히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구매 데이터를 구축해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제품도 디자인도 소비자 취향 맞춤
지난 2021년 김충희 대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그간 진지하게 고민하던 문제를 해결할 기회였다. 제조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둘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었다. 롯데칠성에 몸담았던 김 대표는 2015년 조직된 이커머스 팀의 초장기 멤버였다. 이커머스 시장을 접하면서 제조사에겐 소비자와 직접 연결될 채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구매자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보니 그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제약이 있었다. 소비자에게 물건이 도착하기까지 발생하는 시간이 길고, 비용도 많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를 해결할 새로운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 운 좋게 롯데칠성의 사내벤처 프로젝트를 만났다. 김 대표는 “사내벤처 제도를 통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공간 혁신 리테일 기업 ‘워커스하이’가 탄생했다. 사무실, 호텔, 헬스장 등에 맞춤형 스토어를 설치하고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데이터화해 취향에 맞춰 상품을 큐레이팅한다. 제조사는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상품을 제공할 수 있고, 소비자는 편리하게 원하는 물건을 제공받는 게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워커스하이는 자판기 형태의 ‘오프래시’(OFFRESH)를 통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전달한다. 하나의 작은 미니 스토어가 실내로 들어온 개념이다. 김 대표는 오프래시의 장점 중 하나로 낮은 초기 구축 비용을 꼽았다. 오프라인의 경우 점포를 얻기 위해 건물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반면 오프래시는 실내 공간 코너 등에 설치만 하면 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축된다. 게다가 워커스하이는 공간 분위기에 맞춰 오프래시 디자인을 하기에 인테리어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김 대표는 오프래시가 하나의 가구처럼 보이길 원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제조사 연결고리 강화
워커스하이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구매 거리 단축이 있다. 그는 “워커스하이의 비전은 명확하다. GDP가 올라가고 시간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소비자와 스토어 간의 거리는 가까워진다는 가설이 있다. 이를 증명하고 싶다. 조선시대 때는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30리를 걸어갔고, 이후 슈퍼마켓이 생기면서 하루에 한 번씩 장을 볼 수 있게 됐다. 이 거리는 꾸준히 줄어 택배가 문 앞으로 오는 시대가 됐다. 워커스하이는 이 거리를 다시 한번 좁혀 문 안으로, 실내 공간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실내로 들어가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소비자가 필요로 하기 전 상품을 미리 구비해 놓는 것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향후 소비자는 더 이상 장을 볼 필요 없이 워커스하이가 AI로 구축한 큐레이팅을 통해 상품을 오프래시에서 꺼내 먹고, 마실 수 있다. 나아가 워커스하이는 소비자의 시간도 단축하고자 한다. 김 대표에 따르면 기존 매장 키오스에서 물건을 주문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60초가량이다. 이는 그 시간만큼 소비자가 번거로움을 느낀다는 걸 뜻한다. 워커스하이는 이 번거로움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오프래시를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회원가입 후 QR코드를 발급받으면 이를 오프래시에 장착된 화면에 찍고 냉장고처럼 비치된 상품을 꺼내기만 하면 된다. 현재는 구축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을 위해 상품을 꺼내고 바코드를 다시 한번 오프래시 화면에 찍는 과정이 있지만, 향후 이 과정은 점차 사라질 예정이다. 김 대표는 “AI를 도입해 어떤 상품을 꺼내 갔는지 체크가 가능하다”면서 “결제는 등록된 QR코드로 되기 때문에 카드를 꺼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개념 도입으로 오프래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설명에 따르면 한번 오프래시를 사용한 고객이 6개월 후에도 오프래시를 사용하는 비율은 69%에 육박한다. 특히, 기업이 사내복지 차원에서 오프래시를 도입한 경우에는 그 비율이 90%에 이른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저희의 가설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해외 시장에서도 그 가설을 증명하고 싶어 지난해 하노이를 시작으로 오프래시 수출을 시작했다”면서 “기업의 출발점이었던 소비자와 제조사의 거리 단축이라는 본질을 달성하기 위해 외연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