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방대 고사 위기… 윤석열표 ‘글로컬대학’ 정책 의문부호
글로컬대학 선정, 5년 1000억원 지원 받아 지자체 중심 대학 관리 한계 있다는 지적 나와
2025-04-28 김수현 기자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지방대학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도입한 글로컬대학 정책이 각 지자체와 지방대학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는 총 33개의 지방 소재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예비지정했다. 해당 대학들은 오는 7월 말까지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산업체와 함께 실행계획서를 제출하고 본평가를 거쳐 8월 말 10개의 글로컬대학으로 최종 지정된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될 경우 5년간 1000억원 상당의 지원금을 받고, 규제혁신 사항이 우선 적용된다. 또 정부 및 지자체 사업을 통해 다양한 투자를 받을 수 있고 행정과 재정에 우대를 받는다.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인 글로컬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대학들의 혁신과 통합을 유도해 지역은 물론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각 지방 내에 ‘인재양성-취‧창업-지역정주’로 이어지는 경제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0곳을 시작으로 오는 2026년까지 비수도권 지역에 총 30개의 글로컬대학을 지정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글로컬대학이 비수도권 학생들과 교직원 사정을 전혀 고려치 않은 일방적인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대학노동조합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시장만능주의적 관점으로 대학평가를 재정지원과 연계하고, 평가를 빙자한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대학 서열화를 고착화하고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켰다"며 "또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철저히 사학의 입장만 대변하며 교육의 공공성도 훼손시켰다"고 비판했다. 글로컬대학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이하 RISE)와 함께 작동하도록 고안됐다. RISE는 지자체 주도로 지역발전과 연계해 지역대학에 투자하고,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을 확대하는 제도다. 대학에 대한 권한을 중앙 정부에서 지자체 중심으로 옮기는 것을 최종 목표로 설정했다. 글로컬대학으로 지방 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어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대학 운영이 지자체로 넘어가면서 각 대학과 지자체 모두 재정난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 지난해 기준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 50.1% 수준이다. 인구가 밀집된 서울·수도권·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은 통상 20~30% 정도 예산을 자체적으로 충당한다. 여기에 대학 유지 예산까지 더해질 경우 지자체 재정 악화로 인한 부실 대학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황윤원 중원대 총장은 지난해 세미나에서 "고등교육과 대학의 현실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지자체가 RISE의 운영 주체가 된다면 RISE의 목적인 ‘지역과 대학이 상생 발전’하는 선순환이 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역대학은 중앙정부가 RISE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 책임과 지역대학 육성을 지자체에 전가하는 것으로 느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방 대학과 지역 지원 정책은 중앙정부의 큰 전략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서는 재정지원 확대뿐 아니라 지역 인재양성과 양성된 인재의 지역사회 진출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사회구조가 필요하다”며 “지방으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총체적인 국가전략 속에서 지방대 육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