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찐윤 vs 찐명 가시화···'강 대 강' 대치 불 보듯

내달 3일 동시 선출···마땅한 경쟁자 없어 당선 '유력' 상호 강경 투쟁 예고···쟁점 법안·원 구성 등 난항 전망

2024-04-28     이태훈 기자
여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여야가 새 원내대표로 주류 강경파를 내세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2대 국회 첫 원내 사령탑에 친윤석열(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찬대 의원이 유력하다. 협상보다 투쟁에 강점이 있는 두 사람이 원내대표로 조우할 경우 여야 협치는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모두 다음달 3일 당선인 총회를 열어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원내대표는 소속 정당 의원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상대 정당과 원내에서 협력·협상할 때 최고책임자로서 역할을 한다. 당 대표에 이은 당내 서열 2위기도 하다.

국민의힘에선 이철규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의 유력 경쟁자였던 4선 김도읍(부산 강서)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 불출마하기로 하면서, 이 의원에 급격히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청 정보국장 출신인 이철규 의원은 2016년 새누리당에 입당해 20~22대 총선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이 의원은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부총장을 맡아 대통령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규 원내대표론'을 주장하는 당내 인사들도 이 점을 이 의원 최대 강점으로 꼽는다. 소수 여당이 대통령실과의 잡음을 최소화하고 거대 야당에 맞서기 위해선 이 의원의 등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영입 인재 출신 당·낙선인들과 차례로 만나며 원내대표 선거를 위한 '표 관리'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의원은 지난 27일 보도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주저하는 삶을 살지는 않았다"며 “선수가 될지, 뒤에서 돕는 조력자가 될지 당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결정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은 강성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박찬대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 단독 입후보했다. 회계사 출신인 박 의원은 인천 연수갑에서 3선에 성공했다. 20대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수석대변인을 맡았고,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민주당은 당초 원내대표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의원이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의원이 지난 21일 가장 먼저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이후 유력 후보로 꼽혔던 김민석·서영교·김성환·박주민 의원이 줄줄이 불출마하면서 친명계 내부에서 교통 정리가 이뤄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사실상 추대를 받게 된 박 의원은 내달 3일 찬반 투표만 통과하면 원내대표로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협상 파트너로 만나게 될 경우, 국회 경색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각종 쟁점 법안과 의사일정 등을 놓고 협상·조율해야 한다. 원 구성과 상임위원장 배분 논의도 이들 몫이다. 두 사람 모두 강경파에 계파색이 짙은 인물이어서 협상 과정이 파국을 맞는 사태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이들은 모두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이철규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계속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부담을 유도해도, 거부해야 할 법안이라면 100번이든 1000번이든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찬대 의원도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실천하는 개혁국회, 행동하는 민주당, 당원 중심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시 다진다"며 "총선에서 보여주신 국민의 명령에 실적과 성과로 화답하는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