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식 인증도 없다…“정부, 공청기 기준 마련해야”

2025-04-29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정부는 국민들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세금을 내는 이유다. 정부가 직접 개입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특히 해외 직구 등의 수입 제품에 대한 기준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 국내 해외직구 시장 규모는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업체의 한국 공략이 이뤄지는 만큼, 관련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해외 직구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알리 관련 불만 건수는 465건으로 전년 대비 5배 뛰었다.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제품에서 기준치를 100배 이상 초과하는 유해‧발암물질도 검출됐다.  알리와 테무는 저가 공세를 내세우고 있다. 고물가 현상과 맞물려 가격 대비 성능을 중요 시하는 소비자들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사실상 해외 제품들에 대한 정부의 감시가 부족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감시 강화 필요성은 공기청정기 시장에서도 드러난다. 공기청정기는 청정 성능 등에 대한 정부의 인증이 없다. 국민들의 가정 곳곳으로 유통되는 만큼, 안전관리가 더욱 요구되고 있음에 불구하고 정부의 움직임은 관측되지 않고 있다. 해외 직구 제품의 성능 등에 대한 감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민간에서는 자체적인 인증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공기청정기협회의 CA(클린에어) 인증이 대표적인 사례다. CA 인증은 공기청정협회에서 제정한 실내공기청정기 단체표준의 인증심사기준에 따라 심사를 한 후 적합으로 판정을 받은 제품에게만 부여하는 단체표준 인증마크다. 일부 업체는 성능에 대해 공인된 시험기관의 인증‧검증 없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CA 인증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만큼, 의무사항이 아니다. 국내 업체들은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CA 인증을 받고 있다. 반면, 해외 업체들은 CA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지 않아도 되는 만큼, 무시하는 사례가 다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새로운 인증 시스템 구축과 민간에서 진행하는 CA 인증의 공식화다. 새로운 인증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긴축기조를 고려할 경우 기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CA 인증의 공인화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다만 인증 비용 등의 문제는 기업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 수 있다.  시장 개입은 최소화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겠다는 의지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민들의 안전이 직결될 경우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해외 제품을 방치하면, 소비자 피해를 사전 예방하지 못하고, 다시 질타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