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부족한 AI신약개발… ‘IT강국’ 명성 온데간데

엔비디아 ‘바이오네모’, 100개 이상 글로벌 빅파마서 활용 '걸음마 단계' 韓AI… 데이터 고립으로 활용성 떨어져

2024-04-29     이용 기자
엔비디아가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이 글로벌 신약 연구개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IT강국이라 자평하던 국내 업계의 관련 AI는 이제 걸음마 단계일 뿐더러, 그마저도 규제로 인해 폐쇄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100개 이상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엔비디아가 제작한 신약개발 가속화 확장형 AI 플랫폼 ‘바이오네모’를 사용하고 있다. 바이오네모는 △유전자 코드의 여러 영역 기능 △돌연변이 영향 예측을 목표로 하는 유전체 서열을 학습한 모델을 포함했다. 이를 통해 단백질 구조 및 분자도킹 예측을 가속화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DNA 서열 분석 △약물 분자에 반응해 단백질 모양 변화 예측 △RNA를 기반으로 세포 기능 결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잠재적인 약물후보와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DiffDock, 단일 아미노산 서열을 기반으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ESMFold 등 20개 이상의 모델을 보유했다. 세계적인 제약사인 암젠, 아스텔라스 제약 등 100개가 넘는 글로벌 빅파마들은 엔비디아 프로그램을 활용해 워크플로우 효율성을 제고하는 중이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그래픽카드 등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IT기업이다. 2020년 이후엔 산업계에 몰아친 AI열풍에 맞춰 적극적으로 관련 기술을 확보, 가장 선도적인 기술을 갖출 수 있었다. IT강국으로 유명한 국내의 경우, 타 분야 AI 산업 역량은 우수한 편이나 신약개발AI 분야에선 상당히 뒤쳐진 편이다. ‘글로벌 AI 지수(영국 Tortoise Intelligence 분석)’에 따르면 국내 AI 특허 수는 세계 3위다. 국내 의료 AI 업체인 뷰노와 루닛 등은 미국 등 해외 주요국에서 각광받고 있고, 삼성전자의 AI가전제품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산 신약개발AI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실정이다. 국내 대형제약사도 최근에서야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관련 기업과 업무제휴를 맺은 수준이다. 또 이들이 활용하는 AI 프로그램이 엔비디아의 바이오네모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경쟁력을 갖췄는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암젠은 항체에 대한 자체 보유 데이터를 사용해 바이오네모의 ESM 모델을 사전에 학습시켰다. 그 결과 물질 스크리닝 및 최적화를 5개 모델에 훈련시키는 시간을 3개월에서 몇 주로 단축하는 성과를 냈다. 반면 국내 제약사는 이제 겨우 논문 탐색을 바탕으로 신규 후보물질에 대한 발굴과 제안 등 초기 단계에 머문 상황이다. 최근에 이르러서야 AI 관련 산업 활성화와 규제 해소 움직임이 보인다. 국내 AI신약개발에서 따르는 주요 문제점은 정보의 폐쇄성이다. 데이터가 각각의 기관과 기업에 분산, 고립돼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야만 하는 AI입장에서 치명적이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 일명 K-멜로디를 최근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 신약개발의 걸림돌로 꼽히는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을 사전에 방지하면서도 각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합학습기술을 활용하는 국가 연구개발사업이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선진국과의 격차가 크지 않은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분야에서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