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동 사태’ 환율·유가 널뛰기…안전망 마련해야
중동 분쟁 확산 시 원자재 가격도 ↑ 경영 불확실성에 불안정한 韓기업들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로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예의주시에 나섰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 사태의 여파로 유가를 비롯한 국제 물가 지표가 요동치는 모습이다. 세계은행(WB)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중동 분쟁이 악화하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중동 분쟁이 확산될 시 천연가스·비료·식품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도 우리 기업들의 불안감이 드러난다. 한경협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올해 5월 BSI 전망치가 94.9를 기록했다. BIS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 응답이 부정보다 많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 응답이 더 많은 것을 뜻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지속과 중동 사태 악화로 기업들은 시계 제로의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했다”며 “경기심리 안정을 위해 대외리스크 대비를 강화하고, 물가·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 사태가 우리 경제의 복합 위기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으나 대비책 마련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역시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주재하고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범정부 차원의 국제 유가, 에너지 수급 및 공급망 관련 분석·관리 시스템을 밀도 있게 가동하라”며 “이스라엘과 중동 역내에 있는 우리 국민, 기업, 재외공관의 안전을 비롯해 인근 지역을 항해하는 우리 선박에 대한 안전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대외경제자문회의에서 “중동발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세계 물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파급 효과 역시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