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인터뷰] 박용구 국순당여주명주 대표 “인생과 닮은 증류소주, 좋은 품질 선도기업 자신”

증류식 소주 관심 늘어…새로운 소비자 만남 기대

2025-04-29     이선민 기자
박용구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양한 주류를 맛보는 술자리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프리미엄 소주 시장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 몇 년간 대기업부터 연예인, 그리고 다양한 전통주 제조업체까지 신제품 출시가 활발해지면서 박용구 국순당여주명주 대표이사는 증류식 소주 시장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특히, 온라인 구매 고객들의 긍정적인 리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의 증류식 소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 27년간 우리 술 다뤄…증류소주는 인생과 닮은 매력

박 대표는 1997년 국순당에 입사해 국순당 횡성양조장의 생산본부 본부장을 거쳐 2013년부터 국순당 여주명주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기간 우리 술을 다룬 그는 “증류소주의 숙성이라는 기다림의 시간과 참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됐다”며 “아무리 좋은 재료와 제법으로 술을 빚어 증류하더라도 증류 소주는 숙성의 기다림으로 비로소 완성된다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기다림의 시간은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끊임없는 정성이 필요하다. 또한 결과물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묵묵한 길을 걸어야 할 때도 있다. 박 대표는 “하지만 기다림의 시간과 노력이 더해져 언젠가는 결과물을 만들고 인정받는 순간이 온다”며 “이런 점에서 증류 소주는 우리의 인생과 닮은 매력이 있기에 더욱 애착이 간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국순당여주명주는 최근 증류소주 원액을 10년 동안의 숙성기간을 거쳐 만들어낸 ‘려 2013 本’을 출시했다. 조선시대 옛 문헌에서 찾아낸 감저(고구마의 옛 이름) 소주 제법을 기반으로 만들기 위해 약 4년여간 총 50번 이상의 증류테스트를 거친 후 만든 제품이다. 증류소를 세우고 설비를 세팅하는 것부터 시작해 조선시대의 문헌을 기반으로 전통 제조 방식을 살려 고구마술을 빚고 증류하는 과정은 상당한 공이 들어간다. 특히 증류소주는 전통옹기숙성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 결과물을 확인하는데도 다른 주종들에 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박 대표는 어렵게 만든 증류소주를 10년이 지나 제품화 한 것에 대해 “2013년에 만든 첫 공식 증류 원액은 저에겐 너무 소중한 보물과 같은 첫 결과물이었다”며 “소중함이 큰 만큼 당장의 수익화를 위해 제품으로 내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다시 기다림을 결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깊은 맛과 향을 끌어내고 싶어 10년 숙성의 기다림을 거치며 매력적인 ‘려 2013 本’으로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려는 기존에도 여주 농민들이 직접 키운 고구마로 만들어 고구마 본연의 달콤한 맛과 은은한 향, 그리고 부드러운 목넘김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고구마 소주는 국내에서는 이제 막 알려지고 있는 단계이지만, 일본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술로 가고시마 등 지역의 제품들이 유명하다. 박 대표는 여주명주의 려 또한 이러한 일본의 유명 고구마 소주들과 비교해도 맛과 향이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특히 좋은 원료에 대한 집착과 품질 관리를 소개하며 려는 1년에 한번 수확하는 햇고구마 중 상처 없는 큼직한 최상품만 입고시켜 손질을 마친 후 1주일 이내에 술을 빚는다고 설명했다. 매년 초가을 여주 농민들이 정성껏 키운 고구마를 입고해 재료 손질, 술 빚기 등 모든 과정들을 직접 철저하게 관리한다.

◇ 긴 시간 외면 받은 증류식 소주…사명감 갖고 만든다

박 대표는 여주 고구마의 깊은 맛과 향을 온전히 담아 높은 품질로 만들어 낸 고구마 소주를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자 하는 포부도 있다. 그는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를 찾는 소비자분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우리 술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확대되는 시점인만큼 우리나라의 전통 증류식 소주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품질이 향상될 수 있는 방향으로 주세법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주세법은 2013년에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가 통합돼 동일한 세율의 종가세를 적용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전통방식으로 만든 증류식 소주의 성장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품질을 높인 고급 소주의 출시 또한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증류식 소주는 일제 강점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희석식 소주에 밀려 외면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인들의 노력과 옛 문헌을 통해 우리 전통 증류식 소주를 복원하고자 하는 보이지 않는 활동들이 있었기에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고,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을 다시 받고 있다. 박 대표는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높은 품질의 고구마 소주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구마 소주 브랜드 려를 널리 알리고, 10년 숙성의 기다림을 더한 려 2013 本과 같은 높은 품질의 고급 소주를 통해 우리 전통 증류식 소주의 위상을 높이는데 더욱 힘쓰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