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월 임시회 앞두고 '전운'…일정 조율부터 난항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5월 임시국회 일정 협의 관련 여야 회동이 무산되면서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5월 국회 내 '채 상병 특검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예고하자 국민의힘은 이를 저지하는 형국이다. 여당이 영수회담 결과에 따라 향후 회동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야당은 임시회 개의 의지를 거듭 강조하면서 여야 간 합의는 요원한 모습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릴 예정이었던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무산됐다. 여야는 회동 대신 단순 오찬으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에도 만나 본회의 일정을 논의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향후 회동 날짜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돼 있던 여야 회동 직전 기자들과 만나 "(회동엔) 안 간다. 오늘 영수회담 보고 만나든지 할 것"이라 밝혔다. 민주당이 내달 2일로 추진하고 있는 본회의 일정과 관련해선 "민생 법안이면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5월 국회 소집이 민생 법안이 아닌 쟁점 법안 처리라 응해줄 수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5월 2일과 28일 두 차례 본회의를 열어 '채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처리를 예고한 상태다. 이에 지난 26일 국회 본청 의사과에 4월 30일부터 5월 29일을 회기로 하는 5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요구서 제출 직후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 단독 소집 형식이지만, 정확하게는 국회법에 따라 소집을 요청한 것"이라며 "이미 합의된 대로 처리하는 국회법 절차"라고 설명했다.

현행 국회법 제5조 2항에는 2월, 3월, 4월, 5월, 6월의 1일과 8월 16일 임시회 소집을 규정하고 있다. 임시국회는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소집된다. 다만 임시국회 기간 내 본회의를 개의할 권한은 국회의장에게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5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여야 원내수석 간 한 번도 본회의 의사일정 협의조차 없었으며, 김진표 국회의장 역시 명확한 입장 정리나 별도 의사표시가 전혀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다음달 2일 본회의 개의를 기정사실화해 언론 플레이하는 것은 여야 협치를 파괴하고, 선거 승리에 도취돼 22대 국회도 독주하겠다는 예고편을 보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여당이 5월 임시국회 일정 합의에 제동을 거는 이유는 야당이 대통령실을 정조준하는 채 상병 특검법 발의에 나섰기 때문이다. 채 상병 특검법은 그해 7월 경북 예천군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작전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해병대 채 상병 관련 수사를 국방부 등이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 관련자를 수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야당은 다음달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통과시킨 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5월 말 본회의에서 재투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여당은 본회의를 한차례 여는 것으로 합의해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 수순을 밟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경우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하더라도 국회를 통과하는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으면 현행법에 따라 일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5월 임시국회 개회를 반대하는 것은 본회의 협상 지연을 위한 정치적 이유 때문인데 명분이 없다"며 "국민의힘은 총선 민심을 받들겠다고 말하면서 총선 민의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의 임시국회 소집 요구에 대해 국민의힘은 폭거라는 등 비난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5월 임시국회는 국회법에 따른 의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