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이재명…尹 면전에 "채 상병 특검·이태원法 수용해야"

尹 대통령 취임 후 첫 영수회담서 직격 발언 쏟아내 '김건희 특검'엔 "가족 등 여러 의혹도 정리하시길" 비공개 회동선 '의료개혁' 공감대…"정책 방향 옳다" '전 국민 민생지원금'·'이태원 특별법' 등은 이견

2024-04-29     문장원 기자
이재명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윤 대통령 취임 후 2년여 만에 첫 영수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채 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 등을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는 "가족분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며 윤 대통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 2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두 사람이 마주 앉은 것은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뒤 처음이다. 두 사람은 웃으며 악수를 나눈 뒤 차담 형식의 회담을 시작했다. 회담은 당초 예정한 1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10여 분 동안 진행됐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요구할 내용을 적은 10장 분량의 A4용지 원고를 품속에서 꺼내며 작심한 듯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정부 비판적인 방송에 대한 징계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이 대표는 "제가 제1야당의 대표로 국정을 총책임지는 최고 국정 책임자 대통령께 이번 총선에서 나타났다고 판단되는 국민의 뜻을 전달해 드리려 한다"며 "최근 정부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서 중징계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보도를 이유로 기자,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매우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 국민이 혹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가는 거 아닐까 이런 걱정들을 하는 세상이 됐다"고 포문을 열었다. 또 "우리 국민은 선거를 통해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평화와 안전을 지키라고 명하셨다고 생각한다"며 "국정의 방향타를 돌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국민의 말씀에 귀 기울여주길 부탁드린다"고 직격했다.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편성도 요구했다. 이 대표는 "민간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민생회복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을 하면 소득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야당이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에 대통령이 연거푸 거부권을 행사하고 소위 '시행령 통치'가 반복되는 점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께서 국회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 주시면 좋겠다"며 "어렵게 통과된 법안들에 대해서 저희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과도한 거부권 행사, 입법권을 침해하는 시행령이라든지 인사청문회 무력화 같은 조치는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이라고 하는 삼권분립,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채 상병 특검법'의 전격적인 수용도 요구했다. 이 대표는 "159명의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 채 해병(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며 "'채 해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 요청드린다"고 했다. 가장 관심을 받았던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며 우회적으로 언급하는 데 그쳤다. 장기화되는 의정 갈등에 대해선 대화 채널 복구를 강조하며 국회 차원의 공론화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제안드렸던 국회 공론화 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며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 말미에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것이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존중하신다면 대통령님과 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서 저희가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좋은 말씀 감사하고 또 평소에 우리 이 대표와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날 회담에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외에 대통령실과 민주당 측에서 각각 3명씩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서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비공개회동에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의 필요성과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다만 민생회복지원금과 이태원특별법 수용 요구에 대해 윤 대통령은 사실상 거부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이 대표는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또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형식이든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표가 요구한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과 '이태원특별법' 등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이 수석은 "이 대표의 입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서 충분히 전달이 됐고 대통령은 물가 금리, 재정 상황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답변을 했다"며 "그 논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소상공인 지원 방안, 서민금융 확대 방안, 그리고 전세사기특별법 피해자 지원 방안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소상공인 지원과 서민금융 확대에 대해서는 정부가 큰 규모로 지원을 하고 있고 지금 민주당에서 제기하는 부분은 거기에 추가로 지원을 요청하는 부분"이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필요할 경우에 야당이 제기한 부분을 여야가 협의해 시행 여부를 논의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선 "이 대표가 모두 발언에서 했던 취지로 다시 한 번 얘기를 했고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그리고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며 "그렇게 한다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