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튼 대화 물꼬···尹 잔여 임기 '협치' 주목
대통령실 "어떤 형식이든 종종 만나기로"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시작 720일 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면서 협치를 위한 첫 삽을 떴다. 약 2년의 시간을 '불통'으로 보낸 정부와 거대 야당이 남은 윤 대통령 임기를 '협력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선 회담 내용·결과를 떠나 두 사람이 마주 앉은 것 자체가 전향적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민주당 당권을 잡은 후 윤 대통령에게 총 8차례나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형사 피의자'라는 이유로 회담 제안을 거절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 사이 정부·여당과 거야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특검과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검 등 대통령실로선 껄끄러운 특검을 추진했고, 이에 윤 대통령은 21대 후반기 국회에만 9건의 법률안 공포를 거부하며 맞섰다. 예산안 협상도 매년 진통을 겪었다.
'강 대 강' 대치 국면은 범야권이 4·10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변화 조짐이 보였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완패하면서 윤 대통령은 모든 임기를 '여소야대' 국면에서 보내게 됐는데, 거야를 상대로 불통을 이어갈 경우 현 정부가 추진하는 3대 개혁(노동·교육·연급)의 완수는 물론 조기 레임덕으로 정상적 국정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야당이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의 첫발을 디딘 가운데, 이들이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동안 협치 무드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 대표는 이날 영수회담 모두발언에서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국가의 전방위적 현안에 대한 국정 기조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면서도 대화와 협력을 수차례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이 가장 불편할 수 있는 김 여사 특검에 대해선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이라고 언급했을 뿐, 직접 거론은 피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협치 지속을 위한 최소한의 '선'은 지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영수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또 여당의 지도 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형식이든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며 윤 대통령의 협치 의지를 전했다.
회담 정례화나 여·야·정 협의체 구성이 현실화될 경우 협치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을 수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결국 야당과 소통해라, 협치해라 이런 뜻이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민생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정 협의체라든지, 여·야·정 고위급회담의 정례화라는 식으로까지 진전이 된다면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대척하던 두 사람이 일단 만났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수시로 만나면 협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