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 공사 수주 과정서 금품 건넨 업자들, '유·무죄' 엇갈려

조합·브로커에 금품 준 업자 '유죄' 하도급 계약 노려 돈 건넨 업자 '무죄'

2025-04-29     권한일 기자
지난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지난 2021년 건물 철거 과정에서 붕괴 참사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학동 3구역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지장물 철거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조합 임원과 브로커에게 금품을 준 업자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반면 시공사가 맡은 철거 공사의 하도급 계약 체결을 대가로 조합 임원 등에게 돈을 건낸 업자들은 무죄를 받았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10단독 나상아 판사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자 A(42)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함께 기소된 건설업자 2명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A씨는 2017년 광주 학동 3구역 재개발조합 이사의 조력으로 지장물 철거와 정비기반공사 계약을 체결한 후 브로커 문흥식(전 5·18 부상자회장·별도 징역형) 씨에게 2억원, 조합 이사에게 1000만원을 교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공무원 신분에 해당하는 재개발조합 임원에게 공사 계약 체결을 대가로 금품을 제공해 뇌물 공여 혐의 등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또 다른 피고인인 하도급 업자 2명은 하도급 공사 수주를 대가로 문씨 등 브로커들에게 1억~5억원을 조합 청탁 대가로 준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을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수주한 철거 공사의 계약 주체가 조합이 아닌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관련 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시공사가 이미 업체 선정을 마친 공사의 하도급 수주를 대가로 브로커에게 금품을 건넨 것은 구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 판단했다. 나 판사는 무죄 선고 이유로 "구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은 조합 등이 체결하는 계약에 국한한 처벌 조항"이라며 "조합이 아닌 시공사가 관할하는 공사의 하도급 계약 체결을 대가로 조합 임원들에게 청탁해 해당 법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문 씨는 같은 이유로 별도의 재판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위반 범죄 사실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경합 처벌을 받아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는 2021년 6월 9일 광주 학동4구역 철거 현장에서 지상 5층·지하 1층 규모 건물이 붕괴하면서 도로에 있던 시내버스를 덮쳐 17명(사망 9명·부상 8명)이 죽거나 다친 사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