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34년만에 160엔 넘어… 4엔 넘게 오가며 '급등락'

당국 개입 관측도… 재무성, '엔화 매수' 개입 여부에 "노코멘트"

2024-04-29     최재원 기자
외환시장에서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기록적인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34년 만에 달러당 160엔을 돌파했다가 반대로 4엔 넘게 급락하는 등 크게 출렁였다. 시장에서는 엔저가 가속하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매수하는 직접 개입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29일 교도통신과 일본 공영방송 NHK 등에 따르면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이날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60엔선을 넘었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달러당 158엔대 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가 일본 시간 오전 10시 반께 한 때 160엔대까지 치솟았다. 교도통신은 “오늘은 일본 휴일이어서 아시아 시장에서 엔화가 거래됐다”며 “거래량이 적은 상황에서도 엔화를 파는 흐름이 빨라졌다”고 전했다. 엔/달러 환율은 올해 1월 2일만 해도 140엔대 수준이었으나 가파르게 우상향 기조를 이어갔다. 특히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이달 2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급격한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 발표 전에 155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사흘 만에 160엔선을 찍었다. 하지만 오후 들어서는 반대로 엔화 매수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단시간에 급락했다. 약 한 시간에 걸쳐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9엔대에서 155엔대 초반까지 4엔 넘게 떨어졌다. 환율은 이후 157엔대까지 다시 올랐다가 오후 4시 반께 154엔대 후반까지 2엔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시장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추가적인 엔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엔화를 사고 달러를 파는 외환 개입을 했을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은 노 코멘트다. 지금은 작업 중”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만약 당국이 직접 개입했다면 이는 2022년 10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앞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5∼151엔대이던 2022년 9∼10월 총 3차례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매수하는 개입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엔화 약세가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고 언급하면서 엔저에 따른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이 감소한 것이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그동안 외환시장에서는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지속된 원인으로 미일 간 금리 차를 꼽아 왔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조기에 인하하기 어려울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 나오거나 일본은행 관계자가 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때마다 엔화 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일본 당국은 최근 급격한 엔화 약세에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잇따라 구두 개입을 했지만, 엔화 가치 추락을 막지 못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당국이 외환시장 직접 개입을 단행해도 효과는 한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는 이날 유로화에도 약세를 보여 엔/유로 환율이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최고인 171엔대까지 올랐다고 닛케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