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이재용 부자 묘기에 ‘법조계 엇박자’
검찰은 무혐의, 법원은 유죄인정
2006-10-12 권민경 기자
노회찬 “삼성SDS BW 재수사, 삼성전자 CB 수사” 촉구
편법증여 등에 대해 수 차례 소송 제기 검찰 무혐의 일관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4일 삼성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통한 편법 증여 의혹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검찰의 철저한 후속 수사를 촉구하는 주장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막을 내린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심상정 의원과 함께 삼성저격수 3인방으로 맹활약했던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삼성 에버랜드 외에도 문제제기가 이뤄졌던 삼성SDS BW, 삼성전자 CB에 대해 검찰은 철저한 재수사 및 수사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7일 있었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노 의원은 “60억원으로 1조원 이상을 만들어낸 이건희, 이재용의 편법증여 및 배임에 대해 10여 차례의 소송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무혐의처분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기소된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 등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CB 저가 배정을 둘러싼 삼성의 공모관계 규명을 위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혀 향후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 의원은 삼성SDS BW 저가발행 소송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99년 시작된 삼성SDS BW 사건의 경우 총 6차례의 고발에 대해 서울지검, 서울고검, 대검에서 시종일관 무혐의처분을 내렸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증여세 부과가 합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면서, “같은 사건을 두고 99년에는 ‘무죄’, 지난해에는 ‘유죄’가 될 리 없다. 검찰이 재벌가의 위법행위를 가려내겠다는 의지가 없던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에서 “(이건희의 자녀) 이재용 등 6명에 대해 국세청이 부과한 증여세 443억원은 정당하다”면서 “삼성SDS가 당시 장외시장에서 5만5천원에 거래되던 주가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7천원선에서 신주인수권을 책정한 것은 잘못이다”고 밝혔다는 것이 노 의원은 설명이다. 이어 노 의원은 삼성전자 CB(전환사채)발행 무효소송에 대해 “97년 시작된 삼성전자 CB발행 무효소송에 대해 수원지법, 서울고법, 대법원이 이를 기각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판결문에는 이건희의 배임죄를 충분히 의심케 할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하고,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노 의원에 따르면 판결문에는 삼성전자 전환사채가 다소 저렴하게 발행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미 발행된 전환사채 또는 전환권의 행사로 발행된 주식을 무효로 볼 수 없다”며 “사전상속, 증여, 경영권 세습이라는 의도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의심할 여지가 있다 고 해도 그러한 사유로 전환사채 발행을 무효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이사회 정족수 부족’은 소송제기 기간을 넘겨 밝혀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전환사채 인수인들이 삼성전자 대주주인 이건희와 특별한 관계에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환조건에 차이가 없다면 다른 제3자가 인수인일 경우와 비교해 기존 주주들의 권리가 특별히 더 침해되는 것도 아니라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재산증식 귀신 60억원 1조 이상으로 불려
노 의원은 또, “이재용은 99년 삼성SDS BW를 47억원에 사들인 후, 같은 해 10월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359억원을 만들었다”며 “97년 삼성전자 CB를 450억원에 사들인 후, 지난해 주식으로 전환해 무려 5천650억원을 만드는 묘기를 부렸다”고 밝혔다.노 의원은 “이러한 이건희, 이재용 부자의 묘기는 ‘상속 및 증여세법’ 제41조에 규정된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이며, ‘회사기회의 편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이어 “국세청, 공정위에서도 증여와 부당지원으로 인정해 세금까지 부과한 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처분을 내리거나, ‘소송제기 기간을 넘겼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기각하는 등 이건희 일가의 각종 편법증여를 방조했다”면서 “삼성SDS BW 저가발행 및 삼성전자 CB발행 무효소송에서 드러난 ‘이건희-이재용 경영권 세습을 위한 각종 묘기’에 대해 재수사 및 수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는 이재용에게 에버랜드 CB를 저가에 배정한 혐의로 기소된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 등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CB 저가 배정을 둘러싼 삼성의 공모관계 규명을 위해 본격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검찰측은 허태학씨 등 2명의 공소유지를 위해 그간 진행해온 수사를 법원의 이번 유죄 판결을 계기로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면서 향후 수사의 초점은 CB 저가 발행에 대한 삼성의 공모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법원이 허태학씨 등에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한 것은 수긍할 수 없다. 형량이 높은 특경가법상 배임죄를 적용해달라는 취지에서 서울고법에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법원의 판결문을 분석한 후 CB 저가 배정 당시 삼성 에버랜드에서 이사나 감사 등으로 재직했던 인사들을 소환해 이재용 등에게 에버랜드 CB를 시중가보다 낮게 배정하기로 공모를 했는지 등을 밝혀나갈 계획이다. 특히 검찰은 이건희 회장이 장남 재용 등에게 에버랜드 CB가 저가 배정될 수 있도록 에버랜드의 기존 주주들에게 CB를 배정 받을 권리를 포기하도록 지시했는지 등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에버랜드 CB를 헐값에 배정 받은 이재용의 경우 고발이 되지는 않았지만 수사진척에 따라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사 과정에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선별작업을 거쳐 출국금지 조치도 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