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에 억눌린 세계 경제…아시아에 영향 커”

NYT “150개 통화 중 3분의 2가 달러 약세” 한·중·일 비롯해 유럽·캐나다도 강달러 추세

2025-05-01     서효문 기자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미국 달러의 강세가 세계를 억누르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가 ‘직격탄’을 맞았다. 한·중·일을 비롯해 아시아 여러 국가의 화폐 가치가 약세를 보인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세계의 모든 주요 통화는 미국 달러와 비교해 가치가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조사를 보면 약 150개 통화 중 3분의 2가 달러에 대해 약세다. 최근 강달러 추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이하 연준)가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준금리를 언제, 얼마나 인하할지에 대한 기대감의 변화에 기인한다. 주요 무역 상대국에 대한 미국 통화의 전반적인 강세를 측정하는 달러지수는 2000년대 초반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높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당시는 미국 금리 또한 지금과 비슷하게 높았다. 특히 아시아에서 달러 강세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고 있다. 일본 엔화는 이날 달러당 160엔을 돌파했다가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 관측 속에 다소 진정됐다. 엔화가 계속 약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은 일본 경제에 대한 신뢰를 거두고 더 많은 자금을 해외로 이전할 위험이 있다. 중국 위안화도 현지 당국자들의 안정 의지에도 눈에 띄는 약세 조짐이다. 중국도 부동산 위기와 내수 부진으로 타격을 입은 가운데 비슷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국내 원화 역시 2022년 이후 가장 약세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00원대 후반을 기록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1200원대 회귀는 올해를 지나야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시 로저스 무디스 애널리틱스 이코노미스트는 현 상황을 놓고 "연준이 세계의 중앙은행이라는 점이 더 들어맞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고, NYT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그 효과는 빠르고 광범위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카막샤 트리베디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성장 둔화 속에 인플레이션이 경직돼 높은 금리가 유지된다면 그 영향은 더 불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각국의 금리 인하 움직임은 강달러 지속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6월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 경우 ECB와 미국 금리 차이가 더 벌어져 유로화 약세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과 태국 역시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달러 강세 현상으로 루피아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자 지난 24일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상했다. 인도네시아의 이런 움직임은 달러 강세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