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與, 22대 국회 상임위 운영 비상···투쟁 동력 상실도 고민
경험 多 의원들 다수 원외로···과방위는 전원 낙선 낙선에 투쟁 의지 소실···野 입법 강행에도 '무기력'
2024-04-30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완패하면서 여당의 22대 국회 상임위원회 운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역 의원들의 국회 재입성이 대거 불발되면서 업무 연속성이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21대 국회 막판 쟁점 법안 처리를 벼르고 있지만, 낙선자들이 많은 여당 특성상 이를 저지할 '투쟁 동력'이 떨어지는 것도 고민이다.
30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로 여러 고민거리를 안고 있는데, 다음 국회 상임위 운영에 대한 걱정도 큰 것으로 전해진다. 21대 국회보다 소속 의원 숫자가 줄어들었고, 상임위 경험이 있는 현역 의원들이 대거 낙선하면서다. 상임위별로 들여다보면 타격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심각한 곳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다. 20명의 과방위원 중 8명이 국민의힘 소속이었는데, 이번 총선에서 한 명도 국회에 재입성하지 못했다. 이 밖에 여러 상임위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보건복지위원회는 국민의힘 소속 10명 중 생환한 의원은 2명에 불과하다. 정무위원회에서도 8명 중 5명이 이번 21대 국회를 끝으로 떠나게 됐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5명 중 2명,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8명 중 4명만 살아남았다. 국회는 본회의가 아닌 상임위 중심으로 돌아간다. 각 상임위에서 소관 법안을 검토·수정하고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로 올리는 방식이다. 21대 국회는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온 만큼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법안도 많고, 이런 법들이 다음 국회에서 재추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각 상임위 쟁점을 꿰뚫고 있는 의원들의 존재가 필요한 이유다. 한 여권 인사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속된 말로 각 상임위에서 '일 좀 한다'는 여당 의원들이 이번 총선에서 많이 떨어졌다"며 "새로 입성한 초선 의원들도 전문성이 있겠지만, 국회나 상임위 생리를 잘 아는 것은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21대 국회 안에 쟁점 법안의 강행 처리를 예고하고 있지만, 낙선자가 많은 여당 특성상 이를 막아낼 투쟁 동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국회 17개 상임위 중 절반이 넘는 9개 상임위의 여당 간사가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경선·본선에서 낙선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인 이용호 의원과 외통위 간사인 태영호 의원,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 복지위 간사인 강기윤 의원 등은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교육위원회 간사 이태규 의원,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류성걸 의원 등은 컷오프(공천배제)됐다. 이밖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 이달곤 의원 등은 불출마했다. 거대 야당의 '입법 드라이브'를 선봉에서 막아야 하는 이들이지만, 의원직을 내려놓게 된 이들로선 투쟁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18일 민주당이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었을 때도 여당 위원들은 회의에 불참하고 성명서를 내는 방식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을 뿐 '제2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막지 못했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정무위 전체회의도 단독 소집해 가맹사업법·민주유공자법에 대한 본회의 직회부 안건을 가결했다. 쟁점 법안 저지를 위해 여당 낙선자들의 협조가 필요한 대통령실은 이들을 달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총선에서 낙선한 여당 의원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나라와 국민, 그리고 당을 위해 애쓰고 헌신한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우리는 민생과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적 운명 공동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