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물가 자극하는 대내외 악재 산적”…공공요금 하반기 줄인상 가능성↑
물가 ‘복병’ 공공요금…도시가스·전기료 동결 누적 적자 한계로 하반기 인상 가능성 높아
2024-05-02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로 중동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가스공사의 재무 위기 상황을 고려해 요금 인상을 검토해왔지만, 가스요금을 구성하는 원료비와 공급비를 모두 동결했다. 도시가스 요금은 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는 도시가스 가격 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2분기 이후 1년 가까이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 중이다.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원료비와 공급비용으로 구성된다. 민수용(주택·일반용) 기준 도매요금은 국제유가·환율 등 국내 도입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해 홀수월 산정된다. 총괄원가에서 원료비를 뺀 공급비용은 연 1회 조정한다. 이 같은 구조로 결정되는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다섯 차례 동결됐다. 하지만 하반기까지 가스요금 인상 억제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가스공사는 실질적 적자로 분류되는 미수금이 지난해 13조원까지 쌓인 상태다. 공사는 가스를 구입한 가격보다 싸게 팔면 차액만큼 향후 요금에 반영한다고 보고 미수금으로 계상하기 때문에 이는 실질적 적자로 볼 수 있다. 미수금이 지속해 쌓이면 가스공사의 신용도 하락, 현금흐름 등급 악화 또한 면치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결국 소비자의 비용 부담 전가로 다가오게 된다. 미수금 회수를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유일한 방법이다. 더불어 핵심 공공요금인 전기요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까지 전기요금은 동결된 상태로, 3분기 전기요금은 오는 6월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세 차례 인상과 연료가격 하락으로 전력을 판매하는 한국전력공사는 3·4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발생해 영업손실이 개선됐다. 하지만 누적 적자만 43조원에 이른다. 부채는 200조원을 넘겨 지난해 이자 비용으로 4조4517억원을 지급했다. 게다가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 탓에 국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이상 수준을 유지 중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일(현지시각) CNBC 등에 따르면 근월물인 6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93 달러(3.58%) 하락한 배럴 당 79.00달러로 마감했다. 확전시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 역시 1300원 후반대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도시가스는 국제유가를 반영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전기는 국제유가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다른 발전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가격을 동결한 결정은 유예를 한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정부가 전기요금을 상반기에는 동결하되 그 이후 단계별로 인상한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이는 정부도 한전의 재무 위기를 익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물가 수준과 한전의 재무 상황, 에너지 원료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3분기 전기요금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모두 빠르면 하반기로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시가스, 전기요금에 이어 교통비 역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내버스 요금의 경우, 서울 시내버스가 지난 3월말 12년 만에 파업에 돌입하면서 인상될 여지가 커졌다. 서울시는 시내버스를 준공영제로 운영하면서 각 회사에 적자 이상의 적정 이윤을 보장해주기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파업 때 버스 노·사가 임금 인상률 4.48%와 명절수당 65만원 지급을 합의하며, 서울시가 버스 회사에 지급해야 할 보조금만 600억원이 늘었다. 이는 결국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시내버스 간·지선 1500원, 순환·차등 1400원, 광역 3000원, 심야 2500원, 마을버스 1200원으로 요금을 올린 바 있다. 지하철 요금은 이미 서울시가 150원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시내버스·지하철 요금을 올릴 경우 전국적으로 인상 기조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지하철 기본요금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한번에 300원을 올릴 구상이었지만, 서민경제 부담에 따른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맞춰 150원만 인상한 뒤 나머지 150원은 올해 하반기에 인상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