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표 개혁 드디어 첫발···아르헨 하원서 옴니버스 법안 통과
개혁 관련 664개 조항 중 232개만 반영 여소야대 하원 돌파···'밀레이 첫 승리' 평가
2024-05-02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추진하는 '옴니버스 개혁 법안'이 하원 문턱을 넘었다. 경제 침체 상황 속 임기를 시작한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고강도 개혁을 강하게 추진해 왔는데, 옴니버스 법안의 하원 통과로 첫발을 뗄 수 있게 됐다.
1일(현지시간) 복수 아르헨티나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하원은 30시간 이상의 마라톤 회의 끝에 옴니버스 법안을 가결 처리했다. 극우 경제학자 출신으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진 밀레이 대통령은 그동안 국가를 주도했던 좌파적 정책을 강하게 반대하는 인물이다. 대선 후보 시절 사회주의 지지자들을 '쓰레기' 등에 빗대며 자신의 성향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취임한 직후 664조항으로 이뤄진 옴니버스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자기 뜻을 국가정책에 반영하길 원했다. 여기에는 공공지출 대폭 삭감, 공기업 민영화, 정부부처 폐지, 대통령 권한 강화 등이 담겼다. 또 퇴직금·출산휴가 감축, 쉬운 해고, 파업권 제한 등 노동자 권리를 축소하는 정책안이 다수 포함됐다. 그러나 지난 2월 하원에서 개별 조항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되기도 했다. 이번에 하원을 통과한 수정안도 432개 조항이나 삭제돼 밀레이 대통령의 뜻이 완전히 반영됐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여소야대 하원에서 옴니버스 법안이 통과된 것 자체로 밀레이 대통령으로선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상원을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으나, 현지에선 '밀레이 정부의 첫 정치적 승리'로 인식되고 있다. 밀레이 정부는 하원 표결 전에 통과를 확신했지만, 야당인 급진개혁당(UCR) 소속 의원들의 반대 의견이 많아 투표 전까지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원 토론 때는 극심하게 반대하던 야당 의원들이 투표에선 대거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1야당인 페론당의 의원들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통과된 법안에는 대통령에게 1년간 국회 동의 없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특별권한'을 부여하고, 부자의 세율은 낮추고 서민층의 세금은 인상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노동절을 맞아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에서 행진 시위를 벌인 아르헨티나 노동총연맹(CGT)은 옴니버스 법안의 하원 통과를 비난하면서 오는 9일 밀레이 정부 집권 이후 2번째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CGT의 노동절 행진에 수만 명이 참여하는 데 그쳐 예상보다 저조했다는 평가다. 한편 아르헨티나 정부는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은 4월 물가상승률은 한 자릿수를 기록할 것이며 물가상승률이 둔화세를 보인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전기·가스·전철 등 각종 요금 인상이 줄줄이 예고돼 있고, 시민들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지난 3월 연간 물가상승률 287.9%를 기록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물가 수준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