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신생아특례’ 여파 5.6조 껑충
2년 9개월만에 최대폭…주담대 3.6조↑·신용대 1.9조↑ 치솟는 가계대출...한은 금리 인하 시점 더 늦어질 듯
2024-05-02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1분기 가계대출이 신생아특례 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늘며 전분기 대비 6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특례 대출 정부 공급 물량이 남아 있어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29일 현재 699조1939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 말(693조5684억원)보다 5조6255억원 늘었다. 1년여 만에 감소세를 보였던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2021년 7월(6조2009억원) 이후 2년 9개월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대출 종류별로 보면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540조2446억원)이 3조5976억원 늘었고, 신용대출(104조2974억원)도 1조8953억원 증가했다. 은행권은 신생아특례대출 공급을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출산 2년 내 신생아 자녀를 둔 가정에 특례보금자리론(4%)보다 낮은 연 1∼3%대의 낮은 금리로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최대 5억원까지 지원한다. 실제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서울 강북 지역의 30대 매입 수요가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경우 2019년부터 30대의 매입 비중이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 작년 4분기 31.3%로 떨어졌던 30대의 매입 비중이 올해 1분기에는 32.4%로 높아졌다. 동대문구는 30대의 매입 비중이 작년 4분기 29.9%에서 올해 1분기는 36.2%로, 성북구는 30.6%에서 38.3%로, 강북구는 25.9%에서 31.1%로 각각 증가했다. 신생아 특례대출 대상이 9억원 이하인 만큼 주로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강북지역에서 30대의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은행권은 신생아특례대출의 공급으로 주택 구입 수요와 대출 수요가 동반 증가한 것으로 해석한다. 신생아 특례대출 공급 한도가 아직 남아 있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가계대출을 관리해야 하는 한국은행의 경우 고민이 깊어졌다. 치솟는 대출 증가세에 통화 정책의 적절한 방향을 설정해야 해서다. 지난달 1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한 위원은 “향후 (통화정책은) 미국 등 주요국 정책금리 방향, 물가 경로, 부동산 시장과 연계된 가계부채 흐름 등을 감안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공모주 투자 수요가 몰린 점도 가계대출 재증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경우 최근 HD현대마린솔루션, 제일엠앤에스 등의 상장 공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