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먹거리에 공공요금까지”… 물가 도미노 현실화

누르던 먹거리 물가 터졌다… 외식업계 가격 줄인상 정부 공공요금 동결…가스공사·한전, 재무 개선 압박

2024-05-02     강소슬 기자
가격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4.10 총선 이후 물가 인상을 자제해온 식품‧외식업계가 연이어 가격을 올리고 있다. 고환율·고유가 등 대내외 악재가 겹쳐 하반기에는 공공요금 인상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물가 도미노 현상이 우려된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한 113.99(2020=100)를 기록했다. 3%대를 유지하던 물가 상승률은 다소 둔화됐으나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은 아니다. 생활물가지수는 3.5% 상승했으며, 신선식품지수는 전월 대비 3.7% 하락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 19.1% 증가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물가상승률 2% 초반대로 안정적인 흐름을 전망했으나, 현실은 다르다. 특히 먹거리와 생필품 가격 인상에 이어 공공요금 인상될 경우 하반기 물가 전망치는 3% 수준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제유가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등 중동 정세 악화로 배럴당 80달러를 웃돌고 있다. 정부는 도시가스 요금은 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들어 가스요금을 구성하는 원료비와 공급비를 모두 동결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7월부터 동결해 실질적 적자로 분류되는 미수금이 지난해 13조원까지 쌓였다. 전기요금도 동결됐다. 한국전력공사의 누적 적자는 43조원이다. 국제유가가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 탓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이상 수준을 유지 중인 만큼 국제유가를 반영하는 도시가스와 국제유가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는 전기요금은 하반기 줄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버스비와 지하철 요금 등 교통비 역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내버스 요금의 경우, 서울 시내버스가 지난 3월 말 12년 만에 파업에 돌입하면서 인상될 여지가 커졌으며, 서울 지하철 요금을 이미 하반기 중 150원 인상키로 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과 에너지 비용, 인건비, 임대료 등 제반 비용 상승을 이유로 외식업체들이 가격을 잇달아 인상하며 외식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2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3월 냉면, 김밥 등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최대 7%대 올랐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연이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한국맥도날드와 피자헛은 2일부로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앞서 지난달 굽네가 치킨 등 메뉴 가격을 평균 4% 인상했으며, 가성비 피자로 꼽히는 고피자도 지난달 피자 단품 가격을 일제히 1000원씩 인상했다. 원초 수요 증가로 김밥 가격도 올랐다. 김가네김밥, 바르다김선생, 마녀김밥 등 김밥 프렌차이즈 기업들도 지난달 일제히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환율도 지난달 중순 장중 1400원선까지 오르는 등 고환율 현상을 보인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수입물가 상승은 다시 1~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원인이 된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커졌다. 가격 인상 시기를 6월로 늦추긴 했지만, 롯데웰푸드는 빼빼로·칸쵸·가나 초콜릿 등의 가격을 평균 12% 올리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가격 인상하지 못하고 눈치 보던 외식·식품업계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가격 인상 자제 협조 요청만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물가 안정을 통한 체감 경기 회복을 위해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먼저 조사관리관을 팀장으로 하는 ‘시장 모니터링 전담팀’을 구성, 운영해 먹거리, 생필품, 서비스 등 민생 밀접 분야에서 담합이나 재판매 가격 유지 행위 등 불공정행위가 벌어지는지를 감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