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채상병 특검법' 단독 가결…尹 거부권 행사 시 與 '18표 이탈' 주목

총선 참패 이후 與 기류 변화…재의결 시 '레임덕' 가속화 전망

2024-05-02     이설아 기자
2일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이 반발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전망된다. 이 경우 국회에서 재의결이 가능한 198표 달성을 향한 국민의힘 '반란표'가 발생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표결을 진행해 재석 168명 전원 찬성으로 안건을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해 불참했다.

당초 이날 본회의에는 여야 합의로 '이태원 참사 특별법'만을 상정할 예정이었다.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위원 수 및 권한을 조정해 여야가 극적 합의한 '이태원 특별법'은 재석 259명에 찬성 256명, 기권 3명으로 통과됐다.

그러나 안건 마무리 직후 민주당이 ' 채상병 특검법'을 본회의 안건으로 부의하는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제출하고, 김진표 의장이 이를 표결에 부치며 국민의힘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통과 이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 입법폭주 규탄대회'를 진행하는 등 항의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 내 독소조항과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진행 중이란 이유로 특검을 사실상 반대한다.

'채상병 특검법'이 윤석열 정부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대통령실은 거듭된 야당의 채상병 특검법 수용 요구에도 여당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여당이 4·10 총선에서 참패한 지 한 달여 밖에 안된 시점에서 정치적 부담이 큰 탓에 실제 거부권 행사에는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은 이달 말 본회의에서 재의결 절차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요청하면 27~28일에 재의결해서 21대 국회에서 마무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서 '18표 이탈'이 발생할지 여부가 중요해진다. 국회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안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현재 국회 재적 수는 296명으로, 야권은 민주당 155표와 민주당 출신 무소속 7표, 녹색정의당 6표, 새로운미래 5표, 개혁신당 4표, 조국혁신당·진보당·새진보연합 각 1표 등 총 180표다. 이들은 모두 채상병 특검법을 찬성하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 18표의 '이탈'만 발생하면 재의결이 가능해진다.

재의결은 통상적으로 무기명으로 진행되기에 이탈표 발생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 또 총선 참패 이후 당내에서 윤 대통령을 비토하는 기류가 생기며, 이전과 달리 여당 일각에서 찬성표를 던질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일 이탈표가 다수 발생해 특검법이 국회에서 재의결된다면 대통령의 레임덕은 급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