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준 칼럼] 지사님, 문제는 '평화누리'가 아닙니다

2025-05-02     유호준 경기도의원
유호준
5월 1일 '평화누리특별자치도'라는 이름이 발표된 뒤 이를 둘러싼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 북부 지역인 남양주에서 나고 자랐고, 경기도의회에서 공개적으로 경기도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 방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온 유일한 의원으로 대단히 아쉽습니다. 2023년 11월 9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으로 가보겠습니다. 그날 경기도의회에선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주민투표 실시 및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안'이 상정됐습니다. 무려 경기도를 둘로 나누는 내용을 다루는 안건인 만큼 경기도민들을 대의하는 경기도의회에서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토론에 나섰습니다. 저의 반대토론이 진행된 직후 진행된 표결에서 해당 안건은 찬성 79명, 반대 1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되어 통과되었습니다. 물론 반대는 저 혼자였습니다. 지난 2월 19일 저는 또다시 도정질문을 통해 김동연 지사에게 일부 북부 시군에서 반대할 경우 어떻게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추진해 나갈 것인지 질문한 바 있습니다. 그날 김동연 지사는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북부 같은 경우에 찬성이 65%가 나왔고, 반대가 16%가 나왔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경기 북부 주민 열 명 중에 여덟 분이 찬성하셨어요"라며 경기 북부 주민들의 상당수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에 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마 김동연 지사는 저와 같은 의견이 소수임을 지적하며 당위성을 얻고자 하셨겠지만, 오히려 저는 경기도의원이 156명이나 있는데, 16%를 대의하는 의원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동연 지사의 임기 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추진에 저와 같은 조약돌 같은 걸림돌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반대가 없어서 그런지, 5월 1일 경기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새로운 이름으로 '평화누리특별자치도'라는 이름이 공개되었습니다. 애초부터 새롭게 신설될 경기북부의 특별자치도의 이름을 결정하는 것이 국회의 권한임을 감안하면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해당 사업 추진을 위한 '가칭'인데, 또 돈을 들여 '평화누리특별자치도'라는 '가칭'을 선정해 공개했다는 것이 과연 필요했던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기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신설을 통해 경기북부 지역을 규제하고 있는 규제들, 대표적으로 군사시설보호 규제나 상수원 보호 규제, 수도권정비계획법 규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반대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이렇듯 확실한 약속 없이 막연하고 불투명한 기대와 전망으로만 가득한 것이 현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입니다. 이쯤 되면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수부도시, 즉 도청소재지를 어디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하지도 못합니다. 당장 2026년에 특별자치도가 신설된다면 도청을 비롯해 도의회는 물론이고 각종 기관도 분리되어야 할 텐데, 남은 2년 안에 이를 해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비용은 누가 내게 될까요? 도민들은 궁금한 것이 많지만 아무도 답을 해주지 않고, 이런 '사소한' 일들은 자연스레 정리될 것이라고만 얘기합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신설, 필요한 일입니다. 1400만 경기도의 과도한 행정 부담을 완화하고, 경기 북부 지역만의 발전을 고민할 새로운 행정기구의 필요에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전으로는 도민들을 설득해 내기 힘듭니다. '과반 이상 찬성하면' 또는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같은 단순히 숫자의 논리로는 부족합니다. 지사님, 문제는 '평화누리'가 아닙니다. '선(先) 규제해제 약속, 후(後)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약속해 주십시오. 아무런 규제 해제 약속 없이, '예상'과 '전망'만으로 경기 북부 주민들의 삶을 걸고 도박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