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빠른 고령화에 정년연장 논란 재점화
野·노동계 VS 與·경영계 찬반 입장 팽팽 법제화 난망···"성과 기반 시스템 정착 선행돼야"
2025-05-06 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가운데 노동·경영계 핵심 쟁점인 정년 연장을 놓고 찬반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 노동계에선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맞는 법정 정년 연장을, 국민의힘 등 여권과 경영계에선 노사협의를 통한 자율적인 고용 여건 조성을 내세우고 있다. 6일 노동·경영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에 구성될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특위)를 포함한 3개 위원회가 여전히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정년 연장 여부 등 핵심 사안을 놓고 수년째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당별 혹은 세대별로 이견차가 여전해 향후 제22대 국회로 의제가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정년 연장 문제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과 궤를 같이하는 모습이다. 현재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나이는 63세지만 2033년부터 65세로 연장된다. 반면 고용법상 정년은 60세로, 현행 법정 고용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간 간극은 조만간 5년까지 벌어지기 때문이다. 노동계와 야권에선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맞춰 법정 고용 정년을 65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세대간 갈등 가능성과 극심한 인력난 문제를 동시에 감안해 중소·영세기업부터 정년 연장을 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해 8월 국회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법정 정년을 65세로 통일하는 내용이 담긴 국민 동의 청원을 냈다. 해당 청원은 국회 상임위원회 회부 기준인 5만명 동의를 달성해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에 회부된 상태다. 여기에 국민연금 고갈과 보험료율 인상 등을 둘러싼 국민적 합의점 모색을 위한 국회 연금개혁특위 산하 공론화 위원회가 지난달 말에 도출한 방안들도 모두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나이를 현행 59세에서 64세로 높이고 수급개시연령을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으면서 노동계와 범야권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청원을 통해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의무가입 상한 연령 연계를 단일안으로 성사시켜, 향후 법정 정년 연장 논의까지 가능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자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노총의 주요 노동·사회정책 질의에 "청년실업의 문제가 여전하고 세대간 충돌 우려가 있어, 우선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영세기업부터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에 맞게 정년을 연장하고 대기업·공공부문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경영계와 여당은 청년 고용 악화 등을 고려할 때 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점을 들어, 중장기 근무가 가능한 양질의 고령 일자리를 늘리면서 노사간 자율적인 고용 연장 논의가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중장기적으로 정년을 연금 수급 연령과 일치하도록 단계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도 "현재 우리 노동시장에서 청년고용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즉각적인 정년 연장보다 우선 노사협의를 통한 자율적 계속고용제(정년연장·재고용)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령자 고용 유지 및 확대를 위해선 기존 연공서열 위주 보상에서 벗어난 성과 기반 시스템 정착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손애리 콘페리 상무는 지난 3월 경총이 발간한 임금·HR 연구 2024년 상반기호를 통해 "고령 인력의 계속 고용과 보상을 위해서는 역할과 성과를 기반으로 처우를 결정하는 보상 시스템으로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었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시대에 맞춰 연령주의와 위계적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를 갖춰야 조직의 혁신과 활력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정년을 연장한다고 해도 업무인력 적재적소 배치나 의견수렴이 없으면 젊은 세대의 반감만 살 뿐"이라며 "세밀하고 탄력적인 조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