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한국-대만 양강체제 흔들린다
"파운드리, 2027년 이후 대만-한국-미국-일본 구도 전환 전망돼" "국가 차원 전략·정책 수립 시급…직접 보조금 집행 초당적 합의 必"
2025-05-06 최은서 기자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반도체 패권 선점을 위해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 반도체 산업 육성전략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을 내재화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국가·경제 안보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각국이 대규모 R&D(연구개발)·시설투자를 단행하면서 한국·대만 양강체제였던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지각 변동도 감지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고성능컴퓨팅(HPC) 등 신산업 개화로 파운드리 시장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한국(삼성전자)·대만(TSMC)의 '파운드리 양강 구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반도체가 글로벌 핵심 전략사업으로 부상하면서 주요국들이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미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제정,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 확대에 390억달러 투입하는 것을 비롯, 5년 간 527억달러(약 71조4000억원)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 중 최대 규모인 85억달러(약 11조6800억원)를 지원받는 인텔은 연내 1.8나노미터급 공정 양산을 시작하겠다며 파운드리 기술 속도전에 돌입했다. 대만 TSMC와 삼성전자는 2027년에 1.4나노미터 공정 양산을 예고한 바 있다. 일본은 지난해 '반도체와 디지털 산업 강화를 위한 신전략’을 발표하고, 민관이 10년간 10조엔(약 88조3000억원) 이상 투자해 2030년까지 관련 산업 매출을 15조엔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TSMC의 일본 생산공장을 유치, 10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 대기업 연합 파운드리 '라피더스'에는 총 9200억엔(약 8조2000억원)을 지원하며 반도체 산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2022년 말 430억유로(약 63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급 계획을 내놓았고 지난해 반도체 산업에 81억유로(약 12조원) 보조금을 투입하는 유럽판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켰다. 중국은 1·2차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대기금)를 통해 2014년부터 총 3429억위안(약 64조원)의 금액을 책정한 데 이어 2000억 위안(36조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같은 세계 파운드리 경쟁구조 변화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구도는 2025년경 대만-한국-미국, 2027년 후 대만-한국-미국-일본 구도로 전환될 전망"이라며 "미·중 기술분쟁 장기화 등으로 중국 반도체 굴기가 지연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의 중국의 급격한 부상도 긴밀히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위상 약화 우려와 함께 정부 지원과 기업의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신창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첨단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미국, 중국, 대만, 일본에 버금가는 투자와 규제완화가 요구된다"며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전략과 정책 수립이 시급하며, 직접 보조금 집행으로 대기업 특혜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초당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