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양화가이자 소설가인 김기홍 작가의 장편 추리소설 『이성과 본능』

- 천사의 모습 속에 감춰진 악마의 본능, 그 속에 숨겨진 잔혹한 진실

2025-05-07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북랩은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부정당한 존재, 그 주변에서 일어난 범죄 사건들을 파헤치는 김기홍 작가의 몰입감 100% 장편 추리소설 ‘이성과 본능’을 출간했다.

‘태아일 때부터 존재를 부정당하고 가져본 것 없이 잃어버리기만 한 삶을 살아온 여자, 달기. 납치, 감금, 성범죄, 방화, 연쇄살인 사건들을 파헤치면서 여자와 주변 인물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난다.’

여자는 16세가 될 때까지 매일을 헐벗음과 굶주림, 폭력에 시달려왔다. 어미의 태중에 있을 때조차도 보호받지 못해 수많은 위험 약물에 노출됐고, 아비조차 그 존재를 거부해 피폐한 삶을 연명해왔기 때문에 여자의 자폐적 성향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창녀였던 어미에게 버림받고, 계모에게 가혹하게 학대 당하면서도 애정을 갈구하지만, 바라는 애정 한 톨도 보답받지 못한 여자는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친다. 잔인한 범죄에 노출된 만큼 도덕관도 죄의식도 휘발돼 버린 여자의 인생은 가련하지만 위태롭고, 매혹적이지만 위험하다.

한편 납치된 것으로 보이는 실종된 첫사랑 심채연의 행방을 추적하는 훈남 수사관 박달. 박달과 이달기는 채연의 흔적을 찾으려는 수사관과 다른 범죄 사건의 피의자로 만나게 된다. 심채연은 박달에게 실패한 첫사랑이자 벗어버릴 수 없는 상흔이지만, 이달기에게는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지만 간절히 염원한 모정의 형상이며 작은 온기다. 실종된 채연은 전혀 섞일 수 없는 두 사람을 미약한 끈으로 계속 이어 붙여 놓는다.

예상치 못한 사건과 범죄들로 긴장감이 고조될수록 소설 속 주인공들은 독자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달기의 심리 상태는 독자도 쉬이 파악할 수 없고, 박달의 복합적이고 현실적인 심리 흐름은 마치 독자가 현실 속에 마주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아름답다는 이유로 가혹한 인생을 살아야 했던 가련하지만 도리어 위험한 여자의 인생도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긴 여운을 남길 것이다. 또한 선과 악으로 이분할 수 없는 인물들의 심리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묘사돼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독자는 주인공이 위험한 결정을 할 때 롤러코스터를 탄 듯 심장이 덜컥거리고, 주인공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해 숨죽이며 읽었더니 기막힌 반전이 기다리고 있어서 장탄식하게 될 것이다. 소설의 끝까지 이야기의 행방을 알 수 없는 것도 재미있고, 잔인한 내용이지만 담담하고 절제된 작가의 문체도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책 속 인물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묘사가 탁월하며, 마치 그 자리에서 시각적으로 현장을 마주하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실제처럼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확실한 것은 책을 읽는 내내 어떤 이유와 명분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인간의 본능에 대해, 그리고 인간의 이성은 얼마나 본능을 누를 힘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게 만드는 매우 재미있지만 단순히 재밋거리로만 읽기는 아까운 소설이다.

김기홍 작가는 서양화가이자 작가다. 인도철학에 경도돼 인도에서 인도미술과 철학을 공부했다. 남양성지의 예술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성물 조각(대천사상, 묵주알 받침)과 초대형(165cmX11m) 회화를 남겼다. 소설을 쓰고 싶은 열망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자전적 장편 미학 소설(범아재비와 풀벌레1, 2, 3권), 장편 철학소설(관념으로 건설된 나였던 그 아이의 시간 여행), 장편 비극소설(소설 임의 침묵)을 탈고 중이다. 그 외 여러 편의 단편소설, 시 등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