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곧 장마철인데… 반지하 매입·빗물터널 댐 건설 ‘하세월’
서울시 반지하 매입 1050가구 목표 대비 39% 수준 서울 새 빗물터널 2027년 활용 계획 최소 2년 밀려
2025-05-07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기후변화로 인한 여름철 폭우로 침수피해가 매년 반복되면서 정부와 서울시가 반지하 주택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잦아진 호우로 중요성이 높아진 빗물터널 공사도 예산 문제로 완공이 늦어지며 올해 장마철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2022년부터 매입한 반지하 주택은 410가구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 계약이 완료된 것은 303건이고 올해 1~3월 중 계약된 것은 107건이다. 한 건물에 여러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다세대·다가구 주택 등의 특성을 고려해 반지하와 함께 지상부 주택을 매입한 것을 포함하면 지난해 실적은 2165가구, 올해 1~3월 225가구다. 지난 2022년 9월 정부는 반지하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매입 활성화를 위한 기준 완화, 세제 감면, 주차장·용적률 특례 등의 지원 방안도 차례로 마련했다. 매입 진척이 더뎌지자 지난해 7월에는 다세대·연립주택의 경우 반지하 세대별로 매입이 가능하도록 국토부와 서울시가 협의해 제도를 고치기도 했지만 속도가 더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한 주택 수는 0가구다. 일각에서는 매입단가를 두고 매도인·LH·SH간 줄다리기로 실적이 저조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관악구 신림동 일대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건물 소유주가 건물을 팔거나 직접 재건축하는 등 원하는 시점에 건물을 활용하려는 계획이 있어 공공에 매입하려는 의지가 크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이 뿐만 아니라 집주인들도 매도하려고 해도 매입 단가가 생각한 것보다 낮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어서 실질적으로 매입이 진행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다세대 주택 등 반지하에 거주하는 임차인이나 소유자의 이주, 매입단가에 대한 협의 문제로 정부와 서울시의 반지하 매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감정평가 등을 기준으로 적정 단가를 판단한다고 하지만 최근 비아파트 시세가 많이 하락한 영향이 반영된 매도인의 희망가격을 맞추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복수의 전문가는 “반지하 주택은 자가 소유자들도 갈곳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매입 자체가 쉽지 않다”며 “이들을 나오게 하려면 매입평가금액을 얼마로 할 것인지, 이주대책은 어떻게 마련할지가 중요한데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빗물터널 건설도 상황이 비슷하다. 새 빗물터널은 지난 2022년 강남역 폭우 뒤 추진돼 당초 2027년 여름철에 활용할 것으로 계획됐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 시공사 선정 작업이 유찰을 거듭하며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서울시는 2028년 연말까지 빗물터널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제대로 된 활용은 예정보다 2년 늦은 2029년 여름쯤 가능하다. 부산에서도 온천천 대심도 빗물 터널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지난해 말 타당성 검토 용역 이후 총선 국면 등에 따라 진척이 더딘 상태로 착공 여부도 불투명하다. 매년 반복되는 폭우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가 반복됨에도 도심 주요지역 빗물터널 추진이 난항을 겪는 것은 예산 때문이다. 빗물 터널은 2011년부터 추진됐으나, 예산 배정과 사업 축소가 거듭되며 양천 빗물터널만 9년 만에 개통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비만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2011년 광화문 광장 빗물 터널은 총 396억원이 투입될 계획이었으나, 올해 예산은 2500억원 가까이 책정된 상태다. 여기에 전국적인 댐 건설 계획을 환경파괴·토건 활성화로 보는 환경단체와 갈등으로 일정에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앞서 환경정의 및 녹색연합 같은 환경운동연합들이 댐 건설에 실효성이 없고,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댐 건설을 반대해 건설을 무마시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