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 부활이 대국민 소통? 野 “김건희 사법리스크 방탄 목적”
檢 김건희 수사 방침·野 특검 공세 시점 신설 사정 기능 제외 불투명···"업무 범위 차차 검토" 신뢰 못 얻는 尹 '소통' 의지···'성과 필요' 지적도
2025-05-07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년여 만에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킨 이유로 민심 청취를 내세웠지만 정치권의 해석은 분분하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의 사정기관 장악력 강화와 김건희 여사 등과 관련된 사법리스크 대응이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가 연일 의심받으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교착 상태에 빠진 각종 현안 해결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민정수석실 부활을 발표하면서 '소통'이 목적임을 직접 강조했지만, 신설 시점으로 인해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먼저 검찰은 최근 그동안 침묵했던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신속히 수사할 뜻을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서 관련 수사 방침을 묻는 기자들에게 "서울중앙지검 일선 수사팀에서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선 특검 무마를 위한 '약속 대련'이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 여사를 겨냥한 수사를 계기로 대통령실과의 긴장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정치권 시각이다. 또 야당은 이미 대통령실을 겨냥한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킨데 이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의혹에 대한 특검도 추진 중이다. 22대 총선에서 범야권이 192석을 가져가면서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거야가 주도하는 '특검 공세'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로선 전방위적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점이었다. 민정수석실은 이 같은 불안요소 관리에 적합한 조직이다. 민정수석실은 역대 정권에서 '사정기관에 대한 사정권'을 바탕으로 검찰, 경찰, 국정원, 감사원 등 사정조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민정수석실 부활로 자연스럽게 사정기관에 대한 장악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야당도 이 점을 지적했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정수석을 통해 민심을 청취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정기관들을 앞세워 여론동향이라도 파악할 셈이냐"며 "민정수석실은 사정기관을 통제하며 중앙집권적인 대통령제를 강화하는데 활용됐고, 이번에도 그렇게 쓰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 부활을 통해 총선 민의를 외면하고 검찰 장악을 통해 가족을 사법 리스크에서 구하는 데 골몰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민정수석실 부활 가능성이 보도됐을 때 사정 기능은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현재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주현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산하 비서관실 직제에 대한 질문에 "공직기강과 법률비서관 업무를 이관받아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며 "민정수석실의 종전 기능에 대해서는 다 잘 아실 거고, 업무 범위나 업무량 등은 신속히 파악해서 정리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 '과거 사정기관에서 올라오던 정보들이 업무 범위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엔 "어떻게 할 것인지 차차 검토해 나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정부의 '소통 부재'가 여당의 총선 참패 요인 중 하나로 꼽히면서, 윤 대통령도 불통 이미지 쇄신을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시작으로 오는 9일엔 1년 9개월여 만의 기자간담회도 가지겠다고 했지만 불통 이미지를 해소할 만큼 국민적 체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날 소통을 외치며 민정수석실 부활을 꺼냈음에도 그 의도가 의심받는 것도 결국 '신뢰 회복' 부족에 기인한다는 평가다. 그만큼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의 소통 의지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교착 상태에 있는 특검 국면과 의료 대란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이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