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임기 말까지 '밀린 숙제' 줄줄이…K칩스법·연금개혁안 '불투명'
양당 극한 대치 속 민생·경제산업 법안 위기 "법안 처리는 양심의 문제" 비판도 고조
2024-05-07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21대 국회가 오는 29일 임기가 만료되지만, 쟁점 법안이 산적해 있다. 이에 따라 약 2주밖에 남지 않은 '막바지 국회'임에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첨예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법안들이 22대 국회로 넘어가지 않고 이번 국회 내에서 처리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의 이번 국회 임기 내 최대 입법 관심사는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다. 지난 2일 본회의에서 그동안의 이견이 극심했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막판 여야 합의에 성공해 순조롭게 입법될 수 있었다. 그러나 '채상병 특검법'은 끝까지 의견이 일치하지 못하며 결국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정부·여당이 강력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은 조만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민주당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 직전인 27~28일 사이 본회의를 개최하고 재의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회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안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현재 국회 재적 수는 296명으로, 198표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야권 의석수가 약 180석으로 단독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여야 갈등 심화가 명약관화하다. 이처럼 쟁점 법안으로 인해 다른 법안 처리를 위한 '여유'가 사라지면서, 기타 민생 법안들의 입법은 다음 국회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원래 여야는 임기 만료 직전 한두 차례 본회의를 더 열어 상정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 강행 처리했다는 이유로 여당은 남은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본회의에 상정된 금융사 부실에 대해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과 반도체 등 국가전략시설 투자액 세액공제를 2030년까지 연장하는 일명 'K칩스법', 인공지능(AI)에 대한 개념 규정 및 산업 육성을 위한 'AI 기본법' 등 민생, 경제산업 지원 법안들의 통과가 불투명하다. 이외에도 꼭 입법돼야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법안들도 22대 국회로 이월될 것으로 예측된다. '연금개혁'이 대표적이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가 '더 내고 더 받는(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 안을 내놓았지만 이에 대해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사실상 입법이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금개혁안이 이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22대 국회에서 연금특위 위원 구성부터 재시작하는 등 원점부터 논의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또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통령선거가 진행되면 제대로 논의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처럼 양당의 다툼으로 민생법안 입법들이 좌초되며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의당은 반드시 필요한 '10대 법안' 만이라도 21대 국회 내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며 지난 2일부터 국회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 중이다. 정의당이 지목한 10대 법안은 이미 통과된 채상병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포함해 △전세사기 특별법 △민주유공자법 △임신중지 보완 입법 △포괄임금제 폐지법 △공공의대법 △국민연금 개혁법 △이민사회기본법 △초단기계약 방지법 등이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매일일보>에 "21대 국회가 산적해 있는 과제를 최선을 다해 처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며 "우리는 10대 법안에 대해 '양심과 책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면 좋지만 안 해도 될 것들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21대가 반드시 했어야 하지만 하지 않은 것, 22대 국회로 넘기면 양심의 문제가 되는 법안들을 처리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