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제작사의 잇따른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

2025-05-12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이호근
KG 모빌리티 등 국내 자동차 제작사들이 현대·기아를 따라 인증중고차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현대·기아의 인증중고차 시장진출은 큰 우려와 기대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간 불신이 많았던 중고차 시장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명분을 실어줬고, 더불어 대기업의 참여로 중간 비용이 상승하고, 결국은 중고차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했다. 물론 대기업이 이런 분야까지 침범하느냐는 반대 여론도 제법 있었다. 그러한 찬반론 속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대기업의 인증중고차 진출을 찬성하는 소비자 의견이 다수라는 명분으로 필자도 찬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의 규모는 신차 시장의 1.4배인 238만 대 정도로,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의 2.7배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자동차의 평균 수명이 기본적으로 10년을 넘어서 15년에 육박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지금보다 2배 이상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의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작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중에는 그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허위 매물 및 미끼 매물’ 관련이 가장 우선으로 꼽히고 있다. 소비자의 54.4%가 대기업 진출을 환영하고 있고, 72% 이상이 중고차 거래에서 불쾌감을 느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2차례 총 6년의 기간을 거치는 동안 자정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결론적으로 대기업 진출의 길을 열어준 치명타로 거론되고 있다. 대기업은 인증중고차 시장진출의 명분으로, 늘어나는 자동차 수명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생산부터 폐차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사명감을 꼽는다. 이런 이유로 필자도 초기에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진출을 환영했고, 소비자들에게 가져다주는 장점이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펼쳐지는 여러 가지 구도를 살펴보니, 허점이 너무 많아 보여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은 200가지 이상을 검사한 후에 이상이 없도록 보장하면서 판매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5년 10만km 미만의 차량이 대상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고장이 날 이유가 거의 없는 차량이고, 또한 보증수리 기간 내의 차량으로 혹여 이상이 발생할 경우, 제작사에서 책임을 지게 된다. 결국 현대·기아의 인증중고차 판매법인은 신차 판매 시 보장된 보증수리를 무기 삼아 본인들이 과도한 수익을 챙기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여기에 200가지 이상의 검사를 하는 부분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최근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적절한 소비자 가격을 위해 너무도 저렴하게 매입하고자 하는 탓에 물량 확보가 어렵다고 실토하고 있다. 적절한 시장 가격으로 매입하는 경우에는, 판매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시 사업 담당자가, 소비자들은 시스템화를 통해 기존보다 저렴하게 인증중고차를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던 말이 허언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자동차 제작사들은 어떤 이유로 앞다퉈 인증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일까? 우선은 신차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중고차는 해외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 극단적으로 현대‧기아차가 매입한 신차급 혹은 특 A급 중고차를 모두 해외에 판매한다고 해도, 이를 막을 법적 방법이 없다. 결국 해외로 빼돌린 물량만큼 신차급 중고차는 부족한 상황이 될 것이고, 신차급 중고차를 선호하던 고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신차를 구매할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래저래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이유로는 구독서비스를 꼽는다. 차량의 수명이 길어진 요즘 제작사들은 신차 판매 부진을 극복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차량의 각종 옵션을 구독서비스로 전환하고 있다. 물론 기존 루트를 통해 구매한 중고차도 구독서비스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각종 구독서비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고려한다면, 제작사의 손을 거쳐 서비스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보다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오래전에 후배가 압구정동 유명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른 적이 있다. 직원이 아닌 원장이 컷트하면 비용이 1.7배 정도라고 한다. 문제는 이 친구가 입대를 위해 삭발했다는 사실이다. 원장이 바리깡 들고 밀었다고, 1.7배를 요구하는 것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5년에 10만km 미만의 A급 중고차를 검증하고 인증하는데 그렇게 어려운 노하우가 필요한지 필자는 잘 모르겠다. 혹시 10년 이상 20만km 이상 폐차 직전의 중고차를 제법 쓸만한 상태로 손봐서, 5년간 문제없이 탈 수 있도록 현대‧기아차가 제작사의 노하우를 쏟아부어, 자원절약과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면 이해가 200% 된다. 지금 현대‧기아차가 꿈꾸고 있는 중고차 사업이, 압구정 미용실 원장이 바리깡으로 밀어주고 웃돈을 받는 아이템이 아니길 필자는 두 손 모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