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업에서 기업으로…승계제도 개편해 백년기업 늘린다

승계 활성화 중요성 공감…韓 백년기업 17곳 불과 M&A까지 제도권에 포함…“구체적 시행령 필요해”

2025-05-08     신승엽 기자
오영주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기존 가업승계제도가 ‘가업’에서 ‘기업’으로 전환해 국내 기업들의 지속성이 강화될 전망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계속해서 가업승계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제도 개편에 나서고 있다. 그간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라고 지적받았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근간을 유지하기 위해 가업승계를 활성화하는 모양새다. 장수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내 여건을 전방위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29일 ‘중소기업 도약 전략’을 발표하면서, 가업승계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가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해당 기업의 종사자들은 갈 곳을 잃는다. 제대로 승계하지 못하고 폐업할 경우 국가경쟁력뿐 아니라, 근로자의 생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제도로는 장수기업을 육성할 수 없는 만큼, 지속적으로 개선이 요구됐다.  중기부의 전략은 승계 방식의 다양화다. 기존 제도는 친족간의 승계로 범위가 설정된 바 있다. 하지만 중기부는 입수합병(M&A)도 승계의 요건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가’업에서 ‘기’업으로 제도를 확대·개편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기업승계특별법(가칭)을 추진할 예정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발표 당시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에서는 승계 실패로 흑자 폐업하는 기업이 60여만개에 이른다”며 “일본 등의 사례를 참고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한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역사적 특성의 여파로 백년기업이 드물다. 상대적으로 가업승계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불과 70여년 전 6·25 전쟁이 발생했고, 산업화 시점도 100여년 내외 수준이다. 국내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등이 발생해 폐업하는 사례가 많았다. 장수기업이 나타날 수 없는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100년 이상 장수기업은 17곳에 불과하다. 동화약품, 삼양, 하이트진로 등의 업체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산업화가 늦었다는 평가가 존재하지만, 해외 주요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일본(3만7085곳)과 미국(2만1822곳), 독일(5290곳), 영국(1984곳), 이탈리아(1182곳) 등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치다.  가업승계가 어려운 이유로는 막대한 세금이 꼽힌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 50% 수준이고, 최대주주 할증 시 60%에 달한다. 일본도 기본적인 상속세율(55%)이 높지만, 지속적인 제도 개편으로 기업 후계자의 상속·증여세를 유예해주거나 면제해주는 상황이다. 한국과 달리 가업승계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정부도 가업승계가 끊기는 현상을 경계하고 있다. 중기부뿐 아니라 타 부처에서도 가업승계를 지원하고 있다. 세금과 업종변경 부문에서의 부담을 줄여가는 추세다. 우선 산업 전환기에 맞춘 신성장모델 확보를 돕는다. 후계자가 취임한 이후 표준산업분류 한계를 넓혀 새로운 도약을 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기존 세부 분류상의 동종업만 허용된 제도가 조금 더 넓은 분야로 확대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세면대를 제조하는 기업이 욕실 내 다른 가구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된다.  세율도 개편된다. 올해부터 증여재산가액에서 10억원을 공제한 후 남은 금액에 대해 120억원까지는 10%의 세율을, 120억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기존에는 제도를 활용할 때 증여재산가액에서 10억원을 공제한 후 남은 금액에 대해 60억원까지는 10%의 세율을, 6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선 20%의 세율을 적용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컸다.  일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연부연납도 확대된다.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를 활용해 증여한 경우 납부세액에 대해 6번에 나눠 5년간 연부연납을 허용했다. 하지만 올해는 납부세액에 대해 16번에 나눠 15년간 연부연납이 가능해졌다. 기존 제도보다 연부연납 기간을 늘려 납세자의 부담을 줄였다. 다만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중기부의 기업승계 대책이 M&A로 확대된 만큼, 기반을 확실하게 닦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본시장에서 M&A는 양날의 검이다.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반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M&A가 기존 기업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지만, 무자본 M&A를 경계해야 한다. 세금 측면에서 연부연납 등의 제도가 완화된 만큼, 보호장치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화성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승계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온 만큼, 가업승계 제도에 관심을 가졌다”면서 “계속해서 제도가 완화되고 있지만, 자녀들이 승계를 거부하고 있어 고민이 커졌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일부 M&A 전문가들이 기업 매각을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한 바 있다”며 “정부가 M&A로 승계의 범주를 확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M&A는 상대적으로 오래된 기업의 허점을 이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제도 시행령이 요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