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버이 줄고 느는 솔로
2025-05-08 김철홍 자유기고가
매일일보 | 오늘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68년 전 제정된 어머니날이 산업화·도시화·핵가족화로 퇴색되어 가는 어른 봉양과 경로사상을 확산하고 국민정신 계발의 계기로 삼아 우리 실정에 맞는 복지사회건설에 이바지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1973년 변경된 범국민적 기념일이다.
우리 역사 속 가장 기억에 남는 어버이로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아닌가 한다. 조선 전기까지는 여성이 남성과 거의 동등한 대우를 받았고 재산 상속에서도 남녀가 똑같았으며, 처가살이가 관행이었다. 강릉 외가에서 자라던 이이는 여섯 살 때 가족과 함께 한양으로 올라왔는데, 신사임당은 강릉 오죽헌에 있는 홀어머니를 늘 그리며 눈물을 흘리는 일이 많았고, 수시로 어머니를 찾아 봉양했다. 이에 이이의 존재 그 자체이기도 했던 어머니 신사임당의 죽음으로 비탄에 잠긴 나머지 성리학이 지배 이념인 그 시기 금강산에 들어가 불도(佛道)를 닦았다는 기록도 있다. 많은 세월이 흘러 시대적 삶과 생활의 변화는 우리 모두에게 거스를 수 없는 환경으로 만들어졌다. 맞벌이가 대세고 시간에 쫓기고 너무도 바쁜 일상을 감수해야 하는 사회에 산다는 얘기다. 이에 마음도 마음이지만 흔히들 자녀들이 부모와 조부모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감사의 뜻으로 선물과 용돈을 드린다. 정성을 다해 맛난 음식을 대접하기도 한다. 효도 관광을 보내드리거나 시간이 허락하면 동행하고 모시기도 한다. 좀 표현이 그렇지만 ‘머니(Money) 머니 해도 현금이 최고라는 조사 결과’를 보고 돈에 대한 소중한 가치와 자조(自讽)적인 부정적 이미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책이 최악의 선물이란다. “그저 웃지요.” 한편으론 최고의 선물, 그런 것이 뭐가 중요한가? 난 선물 드릴 엄마, 아버지도 안 계신 데, 괜한 걱정이다. 어떤 매체에서 “‘5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 가정의 날이 줄줄 이어져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멋진 싱글 라이프를 응원한다면서 ‘요즘 미혼도 많지만 비혼도 많이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 독신자의 날을 만드는 것도 어떨까 싶습니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사실 중국 등에서는 11월 11일을 '독신자의 날(광군제 光棍節)'로 독신자들이 서로 선물을 하거나 자신을 위한 선물을 구입하는 날이다. 중국 상인들이 독신자들에게 가만히 집에 있지 말고 거리로 나와서 활기차게 상품을 사보라고 제안한 데서 유래했는데, 중국의 젊은 층들 사이에서 대규모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날로 인식돼 있다. 우리나라 농심도 중국 ‘농심 쇼핑몰’에서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한다. 역사상 저명한 철학자 플라톤, 미술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 과학자 뉴톤, 음악가 베토벤, 과학자 노벨,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여류소설가 제인 오스틴, 작가 볼테르 등을 포함한 수 많은 독신자가 있다. 독신(獨身)은 이혼이나 사별 여부 관계없이 배우자가 없는 사람,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결혼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국한되어 쓰이는 경향이 강하며, 대신 결혼을 한 뒤에 남편, 아내와 사별해서 도로 독신이 된 여성, 남성은 각각 과부나 미망인, 홀아비라고 별도의 고유한 단어로 부르고는 한다. 미혼(已婚), 비혼(非婚)이라는 표현도 많이 쓴다. 용례나 함축하는 의미에서 다소간의 차이가 있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일정한 나이가 넘어도 미혼으로 있으면 집안의 수치로까지 여기던 시대에는 독신 역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지만, 21세기 우리나라에서 개인주의가 보편화되고 미혼 남녀가 늘어나면서 점차 부정적인 뉘앙스는 작아지고 있다. 영어로는 싱글(single)이라고 하며, 흔히 쓰이는 솔로(solo)라는 말은 이탈리아어다. 혼인 가능 연령에 달하지 않은 소년과 소녀에게는 물론 막 18세가 되었다고 독신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결혼 직원뿐만 아니라 비혼 직원들에게도 복지혜택을 주는 기업이 늘고 있다. 비혼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월세, 보증금, 주택담보대출 등을 지원하는 주거 지원과 건강 관리 지원, 여가 생활 지원 등을 통해 직원들의 만족도와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이러한 지원 활동이 더욱 책임있는 기업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몇일 전 읽은 글 중 “100세 넘은 사람들의 장수 비결, 말기 암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사람들의 후회. 장수 비결은 삶의 목표, 웃음, 사랑이었습니다. 독신보다 결혼한 사람이 더 오래 살고, 독신이어도 친구와의 우정은 사랑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후회는 무엇일까요? 놀랍게도 ‘사랑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입니다.”는 내용이 눈에 뛰었다. 이에 2년 전 100세를 일기로 작고하신 엄마가 투병 중일 때 술기운을 빌리지 않고 용기 내어 매일 엄마 눈을 보면서 “엄마, 사랑해요.”하면 눈가에서 입술로 번지는 미소가 언제나 아름다운 엄마가 “고맙다.”고 답하시던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김만중은 남해의 유배지에서 처음 맞는 어머니 생일에 ‘사친시(思親詩)’를 썼다. ‘오늘 아침 어머니 그립다는 말 쓰려고 하니/글자도 쓰기 전에 눈물이 젖어 넘친다. …’ 이처럼 이이와 김만중 같은 대학자에게도 어머니는 언제나 가슴을 사무치게 하는 그리움의 대상이듯 필자도 봉안당에 계신 엄마, 아버지 뵈러 카네이션 들고 집을 나선다. 김철홍 자유기고가(문화유산국민신탁 충청지방사무소 명예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