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與 의원 모임…'전대' 앞두고 당내 세력화 시동

김기현·나경원·박대출 등 중진 모임 결성 추진 3040 중심 '첫목회'…룰 개정 등 현안 목소리

2024-05-08     조현정 기자
(왼쪽부터)이승환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다양한 의원 모임 결성이 추진되면서 당내 세력 지형 변화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당 주류였던 친윤계(친윤석열계)가 4·10 총선 참패 후 2선으로 물러나며 당내 영향력이 감소한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계기로 해당 모임들이 또 다른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다양한 의원 모임들이 결성되고 있다. 김기현 전 대표는 지난달 총선 당선자들에게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가입을 요청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포럼은 국민 통합과 여야 간 협치를 통한 민생 회복, 정치 혁신 과제 실천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한 당 대표 후보로 꼽히는 5선 나경원 당선자도 '국회 인구기후 내일포럼' 창립을 추진하며 동료 의원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4선 박대출 의원도 2020년 창립한 '국회 자유경제포럼'을 22대에서도 계속 이어 가기로 하고 의원들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중진들이 적극적으로 의원 모임 결성에 나선 배경에는 당내 세력화의 구심점을 만들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보통 당내 의원 공부 모임은 표면적으로 정책 연구를 내걸고 있지만 전당대회나 원내대표 선거, 대통령 선거 경선 등에서 필요한 당내 세력을 규합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2022년 당내 의원 공부 모임인 '혁신24 새로운 미래'를 주도한 김 전 대표는 이듬해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된 바 있다. 특히 최근 총선 이후 3040 세대 총선 출마자들 모임으로 결성된 '첫목회'는 원내대표 선거와 전당대회 룰 변경 등 당내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첫목회 소속 회원은 20명으로 김재섭(서울 도봉갑),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당선자를 비롯해 이재영(서울 강동을), 이승환(서울 중랑을), 전상범(서울 강북갑), 박상수(인천 서갑), 한정민(경기 화성을), 이종철(서울 성북갑), 김효은(경기 오산), 박은식(광주 동남을) 등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해 낙선한 후보들이 대거 속해 있다. 첫목회는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설'이 나올 때 강하게 반발하는 등 당 쇄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첫 회의에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는 현행 제도를 바꿔 하나의 선거에서 득표순대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맡는 집단 지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또 현행 당원 투표 100%인 전당대회 규칙을 '당원 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날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이러한 내용의 개혁안을 건의했다. 모임 간사인 이재영 전 의원은 황 위원장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집단 지도 체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말씀하신 분도 있고 우려하신 분도 있다. 지혜롭게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지난해 당 대표 선거) 연판장 사건도 집단 지도 체제였다면 과연 일어날 수 있었겠나. 집단 지도 체제로 당이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모임이 당내 세력화 움직임으로 비치는 부분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김용태 당선자는 전날 국회방송 '국회 라이브6'에 출연해 "공부 모임을 만든다고 발표가 나고 많은 언론들이 '세력화 한다'는 표현을 쓴다"며 "순수하게 공부하려고 만든 모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선 당선인들 간 누구든지 지역, 계파에 상관없이 뜻을 함께하는 분이라면 모셔서 자유로운 토론과 공부하려는 순수한 모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