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탄소중립시대, 쏟아지는 화장품 공병 해결책은

올리브영·아모레 등 공병 수거 시스템 구축·확대 소비자 10명 중 9명 친환경 제품 구매 의사 밝혀

2024-05-09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뷰티업계가 친환경 탄소중립 문화 확산과 자원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 일환으로 공병 수거 시스템을 꾀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실현에 박차를 가하는 양상이다.

이는 MZ세대부터 다양한 연령층에 이르기까지 친환경 가치 소비 트렌드가 거세지면서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형성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9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0∼60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90.7%(907명)가 친환경 제품을 살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수치는 전년(82.3%) 보다도 8.4%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86.4%, 친환경 제품 구매 의향을 가진 사람의 95.3%가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지급이 가능한 금액대는 5∼10% 구간이 가장 많았다. CJ올리브영은 전국 약 1300개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화장품 공병 수거 캠페인 ‘뷰티사이클’을 전개하고 있다. 해당 캠페인은 소비자가 사용한 화장품 용기의 라벨을 없애 새척·건조한 뒤, 인근 매장을 찾아 계산대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올리브영에서 구입한 상품이 아니더라도 재활용 가능한 화장품 공병이면 모두 수거 처리된다. 앞서 올리브영은 지난 2020년 6월 국내 뷰티업계 최초로 ‘올리브영 클린뷰티’라는 자체 기준을 세운 바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클린뷰티를 통해 화장품업계에 ‘가치소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 만큼, 이를 다양한 ‘가치실천’과 연계해 지속가능한 클린뷰티 뷰티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온·오프라인 용기 수거 서비스인 ‘아모레리사이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2009년부터 시작된 해당 캠페인은 오프라인에서 진행됐지만, 올해부터 온라인까지 확대됐다.아모레퍼시픽 공식몰을 통해 수거 신청한 뒤 10개 이상 빈 용기를 상자에 담아 ‘아모레몰 용기 수거’라고 적어 문 앞에 내놓으면 무료 수거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지난달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화장품 유리병 회수를 위한 시범사업을 본격화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수거된 유리병을 주요 브랜드인 설화수, 라네즈, 헤라, 한율 등의 일부 제품에 최대 20%까지 적용해 재활용 유리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로레알코리아의 럭스 사업부는 지난해부터 ‘공병 재활용 캠페인’을 8개 브랜드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키엘, 비오템, 랑콤, 입생로랑 뷰티 등 브랜드는 해당 캠페인을 통해 다 사용한 화장품 공병을 백화점 매장으로 가져오는 고객에게 마일리지 적립, 샘플 증정 등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수거된 화장품 공병은 글로벌 재활용 혁신 기업 테라사이클을 거쳐 재활용 혹은 업사이클링된다. 러쉬코리아는 지난 2013년부터 10여년간 공병 순환 제도인 ‘블랙 팟의 환생’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는 블랙 팟을 깨끗하게 헹궈 5개를 모아 매장을 방문하면 러쉬의 베스트셀러 프레쉬 페이스 마스크를 교환할 수 있는 캠페인이다. 고객의 참여로 회수된 블랙 팟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용기로 탈바꿈된다. LG생활건강은 친환경 용기를 개발해 공병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다. 현재 국내 뷰티 업계 최초로 순도 100%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원료로 한 친환경 화장품 용기를 찍어내고 있다. 지난해 초 클린뷰티 브랜드 비욘드의 엔젤 아쿠아 크림 2종 러브어스 에디션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재활용 용기를 적용해 생산을 개시했다. 멸균팩 재활용지를 치약, 화장품 포장재로 활용하기 위한 공정도 실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병으로 인한 환경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기업들이 앞으로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내세워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소비자에게 공감을 이끌기 위해 노력을 쏟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