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매년 택배 쓰레기 대란…규제 유예 언제까지
환경부, 6년간 준비한 택배 관련 규제 결국 유예 일회용컵·빨대·유상 판매 비닐봉지 규제도 ‘흐지부지’
2024-05-09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이 227조원 규모로 커지면서 과도한 택배 포장과 관련 폐기물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환경부는 택배 포장 때 빈 공간을 상자의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하는 규제를 사실상 유예해 퇴보한 정책만 고수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9일 환경부에 따르면 과대 포장을 막아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6년간 준비한 택배 과대 포장 규제의 계도기간이 2년간 다시 유예됐다. 환경부는 2018년부터 택배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왔다. 2022년 4월 말 온라인 유통이 활성화됨에 따라 택배 과대 포장 문제가 불거지면서 관련 규칙도 개정했다. 택배 포장 시 빈 공간 50% 이하, 포장 횟수 1차 이내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다만 물건 파손을 막기 위해 들어가는 에어 쿠션이나 신문지 등 보조 포장재가 차지하는 공간은 상품처럼 인정해 준다. 신선 제품 포장 때 들어가는 얼음팩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본 상품보다 보조 포장재 부피가 더 크면 인정해 주지 않기로 했다. 규제 발표 당시 2년간 계도기간을 두고 이달 말부터 이러한 택배 과대 포장 규제를 어길 시 1년 내 횟수에 따라 100만~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 3월 7일 시행을 50여일 앞두고 ‘일회용 수송 포장 방법 기준 시행’ 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해당 규제를 예정대로 시행하되 2년간 계도기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2026년 4월 말까지 택배 과대 포장 규제를 어겨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게 되면서 사실상 제도 유예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발표에서 환경부는 택배 물량 비중이 크지 않은 중소업체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연매출 500억원 이하 유통업체는 규제 미적용 대상에 포함했으며, 식품 등을 포장할 때 쓰는 보냉재는 제품 일부로 간주해 포장공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보냉재를 비롯한 업계 규모에 따라 예외 규정까지 두자 일각에서는 많은 예외가 꼼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목소리를 냈다. 보냉재를 제품 일부로 간주한다면 식품 배송 시 제품에 꼭 맞는 상자를 쓰는 대신 상자 빈 곳을 보냉재로 채워서 포장공간비율 규제에서 비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동량은 2012년 14억598만개에서 2022년 41억2300만개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통상 택배 상자와 같은 수송 포장재를 비롯한 포장폐기물이 전체 생활폐기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량 기준으로 30%, 부피 기준으로는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수십억개에 달하는 택배 때문에 발생하는 폐기물량도 엄청나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 상자로 택배를 보낼 때 1회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835.1g에 달한다. 환경부가 제시한 환경 규제 유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6월에도 환경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전국으로 확대시키는 방안과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 규제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무기한 유예하겠다며 물러난 바 있다. 지난해 11월 ‘매장 내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는 결국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긴다며 사실상 규제를 백지화했다. 2022년 11월엔 환경부가 편의점·식당 등에서 유상 판매되던 비닐봉지의 사용을 금지하겠다 밝혔지만, 단속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오히려 기업에서는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발맞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활동을 대폭 늘리고, 자발적으로 친환경에너지 물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에 나서고 있다. CJ대한통운은 2050년 탄조중립 달성을 목표로 산학연협력에 나섰으며, 한진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등 친환경 물류 활동에 적극적이다. 유통업계도 친환경 포장재 전환에 나서는 등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행보를 강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택배 과대포장 규제는 세계적으로 한국이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것”이라며 “애초에 세밀하게 규제를 설계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