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민생 어려움 안풀려 송구"…'채 상병 특검법'은 거부권 시사

취임 2주년 맞아 '국민 보고 및 기자회견' "수사 납득 안되면 먼저 특검 주장할 것" '소통' 의지 강조…"국회 소통·협업 강화"

2025-05-09     조현정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지난 2년 국정 운영에 대해 "민생 어려움은 쉬이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며 남은 3년 국정 운영은 민생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수사 기관의 사법 절차를 지켜본 뒤 도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사실상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취임 2주년 국민 보고·기자회견'에서 "2년 동안 저와 정부는 시급한 민생 정책에 힘을 쏟으며 사회 개혁에 매진해 왔다"며 "앞으로 3년은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더욱 세심하게 민생을 챙기겠다"고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의 공식 기자회견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22분 간 이어진 모두 발언에서 '국민' 24번, '민생' 14번, '노력' 10번을 언급하며 민심에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동안 정부 정책에 성과가 있었다는 점도 강조하며 향후 3년 국정 운영 계획에 대해선 민생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 복지·시장·고용 정책을 동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저출생 고령화 대비를 위한 '저출생 대응 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저출생 대응 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교육·노동·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단순한 복지 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아젠다가 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설을 위해 국회에는 정부 조직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소통'에 대한 의지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현장 중심 민심을 청취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정책 아젠다를 발굴해 적극 실천해 나가겠다"며 "부처 간 벽은 물론 부서 간 벽도 과감하게 허물어 각 분야 공직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빠르게 민생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민생을 위해 일을 더 잘하려면 국회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앞으로 여야 정당과 소통을 늘리고, 민생 분야 협업도 더욱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된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수사와 사법 절차를 일단 지켜봐야 한다"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검 의미를 고려했을 때 수사 기관의 사법 절차를 지켜본 뒤 도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어떻게 이 사건을 대충할 수 있겠나. 수사하면 다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일"이라며 "군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민간 사법 기관으로 넘어가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다. 진실을 왜곡해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책임 없는, 책임이 약한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는 게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면 그 때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며 "특검 취지를 보더라도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고, 수사 관계자들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일단은 믿고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야당과 협치에 대해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났다고 하루 아침에 분위기가 바뀌고 협치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끈기, 인내, 서로에 대한 진정성과 신뢰, 대화, 성의 이런 것들을 먹고 사는 것이 협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올해 역점적으로 추진한 민생 토론회도 다음주부터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경북·전북·광주·제주 4곳에서 민생 토론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24번의 민생 토론회에서 나온 244개의 과제를 전부 점검했고, 후속 조치 추진 상황을 대통령실과 총리실이 점검하고 있다"며 "절대 빈말이 되는 민생 토론회가 되지 않도록 잘 챙기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