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이제 美 대선에 '촉각'
올해 11월 트럼프 당선 시 IRA 보조금 축소 우려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미국 정부가 흑연으로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단기간에 중국산 흑연을 대체하기 어려운 국내 배터리 업계가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IRA의 존폐 자체를 뒤흔드는 미국 대통령 선거라는 변수가 올해 11월에 있기 때문에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IRA 세액공제 최종 가이던스에서 해외우려기관(FEOC) 규정 관련 흑연에 대해 적용 유예 기간을 올해 말에서 2026년 말로 2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기업들이 리튬, 니켈 등 핵심광물 공급망의 다변화 노력을 추진해왔지만 흑연의 경우 단기간 내 공급망 다변화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중국산 흑연 의존도가 2023년까지 약 90%에 달할 정도로 높다. 2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번 국내 업계는 IRA 가이던스 최종 규정에 맞게 흑연 등 핵심광물의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정부와 함께 배터리얼라이언스를 통해 점검·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흑연 외에도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변화라는 변수가 남아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유세에서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지원 명령 폐기에 서명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IRA를 완전 폐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높지만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이 대폭 축소될지 모른다는 점은 업계의 여전한 불확실성 중 하나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미국에 막대한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만약의 상황까지도 대비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현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주요 배터리 기업이 북미 곳곳에 생산 기지를 구축했거나 건설 중이다. 백악관이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한 금액만 555억 달러(약 75조원)라고 밝혔다.
주현 산업연구원장 지난 8일 "트럼프는 그린전환에 소극적이고 부정적이기까지 하다"며 "유관산업인 자동차와 이차전지에 미치는 영향에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차전지에 대해 "친환경 정책 여부에 크게 영향을 받는 산업으로 트럼프 당선 시 사업계획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수요 감소 및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축소 우려가 있다"라고 짚었다.
국내 업계와 정부는 공급망 다변화 뿐만 아니라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변화까지 함께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갈 예정이다. 배터리·완성차 주요 기업들은 지난 8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미국 IRA 관련 민관합동회의에 모여 IRA 최종 규정 발표의 영향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정부에) 미국 대선 이후에도 안정적일 수 있게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업계의 공급망 다변화 관련 국내 투자에 올해 9조7000억원의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등 금융·세제 및 인프라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안 장관은 "민·관의 노력으로 2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벌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및 안정적 관리는 여전히 우리 기업이 이뤄내야 할 중대한 과제"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여론조사 분석기관 ‘디시즌 데스크 HQ’(DDHQ)에 의뢰해 현지 시각 7일 발표한 전국 여론조사 평균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양자대결 전국 지지도에서 똑같이 44.8%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제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3.3% 우세를 이어가고 있다.